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입학 정원을 10% 이상 늘린 의대에 대한 평가 일정을 시작한다. 사진은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인근을 지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입학 정원을 10% 이상 늘린 의대에 대한 평가 일정을 시작한다. 의평원에게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이 중단될 수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평원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의학교육 평가인증과 관련한 주요 변화 평가계획 설명회를 개최한다.
의평원은 2004년 의학교육계가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뜻에 따라 만든 기관으로, 교육부의 지정을 받아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각 의대는 이미 의평원 인증을 받았더라도 입학정원의 10% 이상 증원 등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화가 생기면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의대 중 증원 규모가 10% 이상인 30개 대학은 주요 변화 평가를 받게 된다.
의평원은 오는 30일 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요 변화 평가에 나선다. 의평원은 각 의대로부터 주요 변화 평가 신청서와 주요 변화 계획서 등 서류를 받고, 올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주요 변화 평가에서 인증받지 못하면 해당 의대의 신입생 모집이 중단될 수도 있다. 당장 재학생이 의사 국시를 치르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나, 의대의 명성 등에 흠집이 날 수 있다.
주요 변화 평가는 의평원이 기존에 사용하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 92개 항목 중 51개 항목을 차용해 진행된다.
증원에 따른 의대의 교원 수 변화, 교육을 위한 시설 확보 현황 및 변화, 교육병원 및 재정 확보 등 장기적인 계획도 확인할 예정이다.
입학 정원이 대거 늘어나면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과 실습자원, 교육 전문성 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사물함 위에 가운이 올려져 있다. [연합]
의평원이 10% 이상 증원한 의대에 대한 꼼꼼한 교육환경 점검과 평가를 예고하면서, 의료계는 각 의대가 기준에 맞출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지방 사립대 등은 병원 운영과 충분한 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평가 기준이 촘촘할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의료계는 증원으로 상당수 의대가 시설·교수 인력이 부족해져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평가를 담당하는 의평원 또한 올해 3월 성명에서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더라도 현재의 의학교육 수준과 향후 배출될 의사의 역량이 저하되지 않는다고 공언하면서 그 근거로 의평원의 인증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대규모 증원에 따른 교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소규모 그룹 토의와 실습을 주로 하는 의대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분위기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증원을 계기로 시설이나 교원 수급 등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린 국립대 전임 교원을 향후 3년간 1000명까지 증원하고, 대학별 인원을 배정해 교수 채용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늘어나는 학생 교육에 필요한 공간은 리모델링이나 재구조화를 통해 확보하고, 증·개축 및 신축이 필요한 공사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통해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9월 발표할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에 의대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어떻게 지원할지 등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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