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이 보호소로 바꾼 개농장, 결국 쫓겨난다…법원 “무단 설치로 주민 불편”
2024-07-30 07:01


2020년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서 구출된 개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20년간 개농장이었던 곳이 시민들의 노력으로 보호소가 됐다. 식용으로 길러진 280마리의 도사견들은 ‘보호견’이 되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보호소는 곧 사라질 전망이다. 불법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인천 계양구청이 계양산의 한 동물보호소에 내린 사용중지 등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동물 보호를 이유로 운영이 계속 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부장 구회근)는 동물권단체 케어활동가 A씨와 B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이 인천 계양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시민모임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1992년 인천 계양산에 세워진 한 개농장에서 시작한다. 20년 넘게 운영되던 해당 농장은 2020년 존재가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시민들은 농장의 개 구조 및 보호를 위해 B모임을 만들었고, A씨는 개농장주 C씨와 계약을 맺어 개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같은해 9월 B모임은 기존 부지에 있던 사육용 뜬장을 철거하고 대신 개를 치료·입양하는 보호소를 조성했다.

문제는 보호소가 위치한 곳이 개발제한구역이라는 데서 발생했다. 인천 계양구청은 2020년 12월 개발제한구역법 위반을 이유로 자진정비를 명령했다. 이어 배출시설 금지 장소에 배출시설이 설치했다는 이유(가축분뇨법 위반)로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보호소로 사용하지 말고 나가라는 취지였다. A씨와 B모임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모임이 허가를 받지 않고 보호소를 설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 보호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인천 계양구청의 처분은 동물보호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수십년간 불법 개사육장을 방치하고 보호조치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인천 계양구을 비롯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태도에 비추어 구조와 보호가 시급했고, 보호소 설치·운영 외에는 달리 적절한 방법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호소 설치·운영으로 인한 피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고도 판단했다. “보호소 설치·운영으로 개들이 학대에서 벗어나 동물복지 혜택을 누릴 기회를 갖게 됐다. 개사육장 철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기견들의 야생화나 임야 이용객에 대한 피해도 막을 수 있었다”며 “보호소 설치 및 운영으로 인한 토지의 훼손이나 피해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했고 보호소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봤다. 원고측은 개발제한구역이라도 ‘축사’ 설치는 허용 가능하고, 해당 보호소를 동물보호법상 ‘동물보호센터’로 보면 가축분뇨법 적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축사, 동물보호센터도) 관계 관청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어 “시민모임이 관청 허가나 통제 없이 무단으로 보호소를 설치·운영해 소음, 분진, 악취 등이 발생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시민모임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계양구청의) 처분은 부득이한 조치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입양 및 새로운 동물보호소 마련 조치도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대부분 도사견으로 입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인다. 시민모임 등이 합의한 동물구호협약에는 2022년 4월 30일까지 홍성군으로 이전하기로 돼있지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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