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대체하는 AI VS 인간을 강화하는 AI [브루스 슈나이어-HIC]
2024-07-30 14:19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의 독점적인 영역이었던 작업들을 AI가 수행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다. 즉, AI가 교사가 되고, 치료사가 되고, 여행사 직원이 된다. AI가 비행기를 조종하고 차를 운전한다. 신문 기사도 쓰게 될 것이다. AI가 모든 일을 해주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AI가 인간을 강화하여 인간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AI가 법안 초안 작성을 도와주면 인간 입법자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법안을 제안할 수 있다. 또 AI가 협상 전략을 제안하여 인간 협상가를 이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둘 다 인간의 노동을 줄여주지만, 그 방식이 다르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지만, AI가 사람을 강화하는 것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바뀐다는 뜻이다.


2015년 일본 카조의 조립 라인에서 로봇과 인간이 함께 작업하고 있는 모습.[로이터]

후자가 더 흥미롭기 때문에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후자는 AI가 인간을 어떻게 강화하느냐 또 AI로 강화된 후 사람들이 무엇을 하길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다양하다.

첫 번째 질문은 AI가 인간이 기존에 갖고 있던 전문성에 비례하게 그 인간을 강화시켜 줄 것인가 여부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업무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AI의 도움을 받는 콜센터 직원들은 비례하여 강화되지 않는다. 즉, AI가 평균적인 직원의 성과는 개선시키지만, 성과가 이미 높은 직원은 크게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인간이 더 실력이 좋은 프로그래머일수록 AI 어시스턴트를 통해 그 인간의 성과가 더 많이 개선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AI와 인간 중에 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가이다. 저자 코리 닥터로(Cory Doctorow)는 켄타우로스에 비유하여 AI가 인간을 강화하는 이로운 방법과 해로운 방법을 구분한다. 전통적인 켄타우로스 유형의 AI 강화에선 이메일 초안을 작성하는 AI 어시스턴트나 의사의 엑스레이 검토 의견에 자동으로 2차 소견을 제공하는 방사선 AI 앱과 같이 인간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이런 유형의 응용 프로그램은 매우 유익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응용 프로그램은 AI에게 주도권을 주는 “역 켄타로우스”들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우버를 들 수 있다. 운전은 인간이 하지만 이들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것은 AI이다.

정치적 맥락에서는 정책 작성은 인간이 하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정책 집행은 신뢰할 수 있는 기계에게 맡기는 자동화 도구로 공무원들을 강화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러나 AI가 정책 지침을 지시하고 그 후 인간들이 그 지침이 의미하는 바와 그 지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면 이는 악몽일 것이다.

매우 타당한 이야기이다. 각각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 서로를 더 나아지게 만든다. AI 에이전트들도 함께 일하면 서로를 더 나아지게 만든다. 이 중 최선은 인간과 AI이 잘 조합되는 것일 것이다. 수천 페이지나 되는 지루한 문서를 검토해야 하는 힘들고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하는 관료의 경우, 그 문서를 먼저 즉각적으로 검토하고 어느 부분을 찾아봐야 하는지 미리 알려주는 AI 도구가 있다면 유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심지어 때때로 AI가 생성해 낸 결과물에 뭔가를 추가하거나 결과의 일부를 뒤집어야 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유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독일 동부 도시 일메나우의 로봇 바 앤 라운지에서 ‘칼’이 손님들에게 음료를 채워주고 있다.[로이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절약된 시간으로 인간이 뭘 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됐을 때 무엇을 하는가이다. 더 많은 조사와 고민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검토할 수도 있고, (실수일 수도 있고 사기의 단서일 수도 있는) 서류 상의 이상한 부분을 추적할 수도 있다. 하나의 사례 검토에 걸리던 시간에 두 개의 사례를 검토하거나 또는 일이든 가족이든 여가든 완전히 다른 것에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자동화의 배당금(automation dividend)이라는 개념이다. 인간이 하던 일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AI에게 맡기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가 또 우리 고용주와 우리 정부가 절약한 시간으로부터 모든 사람이 혜택을 봐야 할 것이다. 이 배당금이 단순히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기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실패할 것이다. 즉, 국선 변호인이 AI 어시스턴트를 사용함으로써 고객을 더 잘 변호하게 되어 업무 시간이 짧아지게 된다면 이것은 성공이다. 그러나 그 국선 변호인에게 20배 더 많은 사건이 배당된다면 고객에게도 변호사에게도 이득이 전혀 없다.

불행하게도 지난 세기는 생산성이 향상되어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해서 알려주었다. 종종 그 혜택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돌아갔다. 시간당 더 많이 생산한다고 해도 근무 시간이 줄어든다거나 시간당 더 많은 급여를 받는 등 반드시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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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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