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하다 망한다”…하반기 지원 전공의 ‘신상털기’
2024-08-01 14:33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전체 대상 인원 7645명 가운데 104명(1.4%)만 지원했다고 밝힌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공의 하반기 모집이 끝난 가운데 온라인에서 수련병원에 지원한 전공의들을 향한 신상공개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증을 거치는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이를 조롱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의사·의대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XX병원 OO과를 지원한다는 ▲▲출신 김◇◇”라는 식으로 특정인의 실명과 소속 병원, 출신 학교 등을 적은 글이 다수 게시됐다.

이들은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가을턴’(하반기 수련 전공의)에 지원하는 전공의들로 확인됐으며 피해자들은 온라인상의 신상 공개와 조리돌림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스태프 일부 이용자들은 하반기 모집 지원 전공의들을 “빈집털이범”, “성적 하위자” 등으로 칭하며 “집단린치를 놓지 않으면 (이들을)못 막는다, 한국에서 의사하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선배로서 살아보고 하는 말인데 바르게 살아라. 도둑질·사기 결국 망한다” 등 해당 전공의들을 향해 직접적으로 ‘배신자’로 낙인찍는 협박성 발언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명 박제는 선을 넘는 일이다, 자중하자’고 적었지만 피해자 실명을 닉네임으로 쓰며 에둘러 신상을 공개하고 조롱한 이들도 많았다.

메디스태프에서는 전공의 사직 사태 초기인 3월 이후 사직하지 않았거나 복귀를 시도하는 전공의들을 향한 신상털기와 조리돌림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을 ‘참의사’라고 비꼬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꾸준히 나돌자 경찰은 이를 수사중이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에 대한 신상 공개 등 부당한 방법으로 복귀를 방해하는 자는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는 방침이지만, 오는 8월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을 실시함에 따라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 명령을 철회하고 복귀책을 발표하자 이와 같은 건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을턴 건이 아니더라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전공의, 의대 교수, 의대생에 대한 신상공개와 조리돌림 글에 대해서는 인지하는 대로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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