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강조한 한동훈, ‘애물단지’ 여의도연구원장은 유임…이유는[이런정치]
2024-08-04 07:30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친정 체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대표는 오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부총장, 대변인 등 추가 인선을 마무리할 방침인데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임명한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을 유임할 것으로 전해진다. ‘변화’를 강조하며 정책위의장을 교체한 한 대표가 홍 원장을 재신임하기로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자기사람 앉히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도부 관계자는 4일 헤럴드경제에 홍 원장 유임과 관련해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도 여의도연구원 개혁을 언급했는데 비대위 시절부터 함께 일해 온 사람에게 일을 맡기려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의도연구원을 민심 파악, 민생 정책 개발, 청년 정치 지원 등 3가지 분야로 분리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총선 때를 보면 여의도연구원의 민심 파악 파트는 대단히 유능하고 정확했다”며 “여의도연구원의 빅데이터와 여론조사 기능은 굉장히 발달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더 발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민생 정책 개발은 민심 파악 기능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민생 정책 개발 기능을 별도로 분리해 외부 논객의 ‘아웃소싱’도 강화하고 조금 더 전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전문가도 더 좋은 대우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홍 원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홍 원장 취임 이후 여의도연구원의 정책 개발 역량이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총선 때도 ‘싱크탱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한 대표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재신임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는 “총선 정책 개발은 당 정책국이 했다”며 “홍 원장은 한 대표의 맘에 들기 위해서 이-조 심판론만 외쳤다. 회의를 열지도 않았는데 개혁이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 홍 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한 번도 직원 전체회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여의도연구원의 빅데이터와 여론조사 기능이 훌륭했고 민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선거 당사자였던 출마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은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어진 지 오래”라고 혹평했다. 수도권에 출마했던 낙선자는 “지역구 판세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당대표와 사무총장, 여의도연구원장만 알고 정작 출마자들에게는 공유하지 않았다”며 “알음알음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 밖에 없었다. 판세 분석을 공유하지 않으니 선거 전략도 공유되지 않았다”고 했다. 총선 당시 PK 지역구 의원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지인을 통해 우리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만 볼 수 있었다. 실제 총선 득표율과 차이도 컸다”며 “여론조사 기관으로서 여의도연구원의 위상이 떨어진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총선 당시 ‘빅데이터 센터’를 차리고 유권자 정보 분석에 나섰는데 홍 원장이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역할하지 못했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들의 평가다. 당시 센터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원래 여의도연구원의 업무인데 홍 원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자 당에서 떠맡게 된 것”이라며 “계약직으로 뽑힌 대학생 인턴들을 데리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총선 정책을 내놓을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여의도연구원 노동조합은 총선 참패 직후인 지난 4월 26일 성명서를 내고 홍 원장을 규탄했다. 노조는 행정부서 인원(5명)이 연구진(4명)보다 많다는 것을 짚으며 “유일하게 있던 경제 전공자는 홍 원장의 갑질로 해고에 준하는 보복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대표의 지명직 인사가 ‘변화’ 기조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당헌당규 상 임명직 당대표에 해당되지 않고 임기가 보장된 정책위의장은 교체된 반면 한 대표를 지지하던 인물들은 유임되거나 다른 당직에 인선됐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정 의원이 교체되는 과정이 다소 거칠었다. 한 대표 쪽에서 당헌당규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당헌당규 상 임명직 당직자에는 정책위의장이 없다. 당헌당규의 취사 선택”이라며 “당 장악력을 위해서는 검사가 아닌 정치인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취임 초반부터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인 사람만 앉히다 보니 지도부가 원내와 분리되지 않았냐”며 “한 대표가 대권주자가 되거나 더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원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대표의 다음 과제는 ‘탕평’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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