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친정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7·23 전당대회 이후 약 2주 만에 친한(친한동훈)계와 비윤(비윤석열)계로 채워진 최고위원회의와 주요 당직 인선이 완료됐다.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에서 친한계가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한 대표의 취임 일성인 ‘변화’의 구체적인 밑그림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와 당대표 선거캠프 인사가 요직을 차지한 ‘보은 인사’란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핵심 인선으로 꼽힌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 인선은 보류됐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김종혁 현 조직부총장을 선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략부총장에는 신지호 전 의원을, 조직부총장에는 정성국(초선·부산 부산진갑) 의원을 선임했다. 수석대변인에는 황우여 비대위에서 임명된 곽규택(초선·부산 서동구) 의원이 유임됐고, 최수진 의원 자리에 한지아(초선·비례) 의원이 합류했다. 이날 조직부총장직은 사퇴한 김 신임 최고위원은 여권에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인물로, 최고위의 유일한 원외 인사로서 ‘지구당 부활’을 비롯한 한 대표의 원외 정치개혁 이슈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한동훈 선거캠프에서 총괄상황실장을 지냈고, 정 의원은 한국교총 회장 출신으로 한동훈 비대위의 ‘1호 영입인재’였다. 한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 출신이다.

이에 따라 신임 지도부와 주요 당직은 친한·비윤계로 채워졌다. 한 대표는 앞서 대표 비서실장에 박정하(재선·강원 원주갑) 의원, 사무총장에 서범수(재선·울산 울주) 의원을 임명했다. 박·서 의원은 모두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에 힘을 보탠 인사들이다.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의 원내지도부와 조율을 담당할 정책위의장에는 계파색이 옅은 4선의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이 내정됐다.

한 대표의 인선은 ‘친윤 주도’였던 당의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지도부에 합류한 한 인사는 통화에서 “그동안 당이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자신들의 눈높이에 국민을 맞춰왔지 않나”라며 “국민 눈높이와 공적 가치가 우선되는 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대부분 한동훈 비대위와 전당대회 선거캠프 조력자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당 싱크탱크인 여연 원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 또한 일부 지적을 의식한 기류 변화로 해석된다. ‘여연 개혁’은 한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으로, 한 대표는 지난달 29일 여연 개혁과 관련해 ▷여론조사 및 빅데이터(민심 파악) ▷정책 개발 ▷청년정치 지원으로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에서 합류한 홍영림 원장의 유임설이 앞서 나왔지만, 이날 인선 발표는 보류됐다.

앞서 여권에서는 홍 원장 취임 이후 여연 정책 개발 역량이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총선 때도 싱크탱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수도권에 출마했던 한 낙선자는 “지역구 판세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당대표와 사무총장, 여연 원장만 알고 정작 출마자들에게는 공유하지 않았다”며 “판세 분석을 공유하지 않으니 선거 전략도 공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연 노동조합은 총선 참패 직후인 지난 4월26일 홍 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당헌·당규상 임기가 보장된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은 교체된 반면, 임기 보장 조항이 없는 여연 원장의 유임은 ‘변화’ 기조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짙다. 한 중진 의원은 “정 의원이 교체되는 과정이 다소 거칠었다”며 “(여연 원장 유임은) 당헌·당규의 취사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서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당대표 임면권 당직자 일괄사퇴’를 요구했지만,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홍 원장의 사퇴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