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지’ 네타냐후, ‘협상지지’ 수뇌부 충돌…“확전 불씨 잠재워야”
2024-08-06 15:49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4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헤르츨 산 군사묘지에서 열린 전 수정주의 시온주의 지도자이자 작가인 제브 자보틴스키의 국가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돌입할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국의 안보 수장들과 가자지구 휴전을 두고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확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안보 수장들은 가자지구 협상을 통해 해당 지역 내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 내 갈등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 안보 수장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 협상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고, 이를 이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장기전으로 치닫는 가자지구의 전쟁과 더불어 이란과 일촉즉발의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휴전 협상을 지지하는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들 중에는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 총참모총장, 회담의 이스라엘 측 수석대표인 다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수장, 로넨 바르 국내안전부(신벳·Shin Bet) 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요아브 갈란드 국방장관 역시 지난달 31일 “인질 송환을 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즉각적인 중요성이 있다”며 협상을 지지하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안보 수장들이 가자지구 전투를 중단하고 중동 전역의 치솟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잠재적 합의를 놓고 안보 책임자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 사안에 정통한 한 인사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최고 안보 책임자들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모든 안보 수장들은 (이스라엘이) 협상을 달성하는 데 장애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지도부의 이번 분쟁은 지난 주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푸아드 슈크르 사령관이 각각 암살되면서 이란과 대리세력이 보복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미국,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한 하마스와의 회담에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당시 붙잡힌 이스라엘 인질들의 석방 가능성에 위험에 빠뜨렸다.

자칫하면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협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나아가 이란의 수도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살해됐다는 점에서 보복 의지는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페제키시안 이란 대통령은 5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이란은 중동 지역의 전쟁과 위기의 범위를 전혀 확대하려고 하지 않지만, 이 정권(이스라엘)은 분명 범죄와 불굴의 대응을 받을 것”이라며 하니예를 암살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분명히 대응할 것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란의 보복 공격 예고로 일촉즉발의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휘관을 사살했다는 보도가 나와 협상의 필요성은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

미국 ABC 방송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헤즈볼라 정예 라드완 부대 소속 지휘관인 알리 자말 알딘 자와드를 제거했다고 확인했다. IDF는 레바논 남부 아바 마을에서 드론(무인기)을 활용한 표적 공습으로 자와드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계획하는 와중에 전 세계 이슬람권 국가들의 긴급회의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오는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등 현안을 협의할 외무장관급 집행위원회 긴급회의를 연다고 이날 밝혔다.

OIC는 “하마스 정치 부문 수장의 암살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 범죄, 이란 주권에 대한 침해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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