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이차전지 순환이용
2024-08-07 11:27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몇 번이고 계속 쓸 수 있는 배터리를 뜻한다. 전기차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수많은 전자기기에도 이차전지가 쓰이며, 향후 우주항공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재사용이 가능하니 건전지와 같은 일차전지보다 친환경적이고, 미래 산업의 핵심인 전동화·무선화와도 맞아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이차전지 제조 산업 강국으로서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리튬, 흑연 등 핵심광물과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같은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원료 공급망의 다각화와 내재화가 시급하다.

해답은 다 쓴 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에 있다. 특히, 이차전지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수명이 짧게는 5년에서 10년이며, 국내 전기차 등록시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폐배터리는 2025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리튬을 비롯해 코발트, 니켈 등 고가의 희유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폐자원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순환경제의 대표 사례인 셈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2년 약 10조 원에서 2030년 약 60조 원 규모로 확대된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자국의 배터리 산업 발전과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배터리의 탄소발자국을 공개하도록 했고, 2031년부터 신품 배터리를 생산할 때 재생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세계 여러 기업이 이러한 국제적인 규제에 대응해 배터리를 생산한다면 앞으로 천연광물보다 폐배터리 재생원료가 대접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캐즘’이라 불리는 일시적 수요 둔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수요가 잠시 주춤하는 지금이 오히려 국내 이차전지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이차전지 순환이용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환경부는 지난 7월 30일 국내 기업의 사용 후 배터리 순환이용 확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담 지원단을 신설했다. 지원단은 정책의 수요자인 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관련 제도와 기반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재생원료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전기차 보급부터 사용 후 배터리 순환이용까지 전주기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전기차 통합환경정보센터도 조성한다. 재활용 가치가 낮아 매립 등 폐기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순환이용 체계를 구축하고, 이차전지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대한 재활용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퍼스트무버(시장선도자)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이 이미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차전지 분야야말로 이러한 전략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다. 환경부는 앞으로도 국제 환경질서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기업에 꼭 필요한 지원을 통해 이차전지 순환이용 산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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