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때문에 휴대폰 교체 ‘어마어마’…“배터리 탈부착 재등장” [지구, 뭐래?]
2024-08-10 16:50


서울 마포구 한 대리점에 전시된 2G 휴대폰.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옛날로 돌아간다?”

스마트폰부터 인공지능까지, 휴대폰은 지난 수십년간 발전해왔다. 그 중에서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을 받는 건 바로 배터리다. 과거 휴대폰 배터리를 탈부착할 수 있었지만 휴대폰이 가볍고 얇아지면서 2010년대부터 배터리 일체형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잦은 휴대폰 교체의 이유 중 하나로 배터리 성능 저하가 지목되면서 배터리가 친환경 규제의 중심에 섰다. 휴대폰 전체가 아니라 배터리만 바꿀 수 있게 되면 전자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따라 배터리 교체형 휴대폰이 재등장할 전망이다.


중고 판매된 2G 휴대폰과 배터리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유럽연합(EU)는 지난해 7월 모든 스마트폰에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재활용하기 쉽게 설계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7년 2월 18일부터 애플,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는 EU 역내에서 교체형 배터리를 장착한 휴대폰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2031년까지 폐기물의 61%를 수거하고, 오래된 휴대용 배터리에서 재료의 95%를 재활용해야 한다.

이같은 배터리 규제는 휴대폰 교체주기를 늘려 전자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휴대폰을 바꾸는 이유로 ‘배터리 성능 저하’가 꼽힌다.

이동통신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서 68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휴대폰 교체 계기에 대해 ‘노후화·성능저하·고장이 잦아서’라고 응답했다. ‘단말기에 문제는 없지만 최신폰을 쓰고 싶어서’는 25%, ‘분실·파손’은 14%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 '수리상점곰손'에 전시된 구형 휴대폰. 주소현 기자

새 휴대폰이 생기면 헌 휴대폰은 자연 쓰레기가 된다. 2022년에만 연간 50억 대 이상의 휴대폰이 폐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휴대폰 내부에는 금, 알루미늄, 구리, 코발트 등 평균 62종의 금속이 들어간다. 다 쓴 휴대폰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면 이 금속에 들어있는 유해 물질이 그대로 누출돼 토양이나 수질,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금방 쓰고 버리기에는 휴대폰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과 에너지가 크다. 휴대폰에 들어갈 금속을 정제하려면 수십 배의 광석을 캐내야 한다. UN의 ‘전세계 전자제품 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 광석 1톤보다 전자제품 1톤에 들어있는 구리가 10~50배 많다고 한다. 금광 1톤보다 스마트폰 1톤에 들어있는 양은 100배에 달한다.


[수리상점곰손]

환경단체들은 “휴대폰을 오래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휴대폰 배터리를 스스로 교체할 수 있는 1일 수업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리페어카페 ‘수리상점곰손’은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한달 간 ‘곰손전파사’를 운영하며 전자제품 수리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 등의 배터리 교체 수업이 주다.

이외에도 선풍기, 전기장난감 등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전자제품도 수리 대상이다. 케이블이나 이어폰 등 망가지기 쉬운 전자기기들에 실리콘 테이프에 실리콘테이프를 감는 식의 간단한 예방책도 소개한다.

수리상점곰손을 공동 운영하는 고금숙 대표는 “배터리 수명이나 성능을 일부러 저하시키는 ‘계획적 진부화’로 인해 소비자들은 망가진 전자제품을 수리하고 싶어도 수동적으로 새 제품을 사게 된다”며 “수리하기 쉽게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해외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관련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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