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기업회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대규모 판매 대금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과 위메프 두 회사는 지난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가 미정산 입점업체에 소액을 우선 변제한 뒤 사업을 정상화 시켜 채무를 갚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제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13일 오후 3시께 서울회생법원이 주관하는 회생절차 협의회에 참석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 ARS프로그램(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진행해 채권단과 협의해 향후 계획을 합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채권자협의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참여한 회생절차협의회를 열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판매업체와 관련해서는 신정권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일부 판매업체를 대리 중인 최효종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참석했다. 티몬측 채권자협의회로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시몬느자산운용㈜, ㈜한국문화진흥, ㈜카카오페이, ㈜온다가 참여했다. 위메프측 채권자협의회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문화진흥, ㈜교원투어, ㈜한샘이 이름을 올렸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인 12일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양사는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최대한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계획안에는 ‘소액 채권자’를 우선으로 변제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먼저 티몬 4만명, 위메프 6만명에 달하는 미정산 파트너에게 일정금액을 우선 변제해 일부 채권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를 전액 출자 전환한 뒤 무상감자하겠다는 내용도 제출했다. 특수관계자들에게 지고 있는 빚(채무)을 주식으로 전환(출자 전환)한 다음 발행주식수를 줄이겠다(무상감자)는 뜻이다. 출자 전환 후 무상감자를 하면 실질적인 자산의 변화는 없지만, 회계상으로는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 재무 상황이 건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은 회사의 총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의미한다. 외부 투자 유치를 노린 것이다. 셀러 미정산 대금에 대해서는 ▷분할변제안 ▷일정 비율 채권 일시 변제 후 출자전환 2가지 안을 제시했다.

경영 정상화 방안도 담겼다. 우선 문제가 됐던 ‘판매대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몬·위메프는 구매자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은 뒤 1~2개월 뒤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줬다. 이 과정에서 판매대금 일부를 모회사인 큐텐그룹이 끌어다 쓰는 등 자금 유용이 발생했다. 양사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에스크로 계좌(결제대금예치)를 도입하겠다고 적었다. 소비자가 결제한 판매대금을 자사가 아닌 제3자에게 예치해 자금 유출·유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판매대금 정산 주기도 단축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밖에 인력 구조조정, 임차료 등 경비 절감, 이익률 중심 사업구조 재편성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 등도 방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