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미래, 하이데라바드에서 확인하라” [헤경이 만난 사람-레반스 레디 인도 텔랑가나주 총리]
2024-08-14 11:41


레반스 레디 인도 텔랑가나주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레반스 레디 총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근면성실한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텔랑가나주는 새로운 도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서울의 한강 프로젝트를 참고해 텔랑가나주를 개발해 나가며 세계와 경쟁하기를 바란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임세준 기자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 보세요. 텔랑가나주는 투자자를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성공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것입니다”

12일 방한한 인도 텔랑가나(Telangana) 주 리반스 레디(Revanth Reddy) 총리(Chief Minister)가 한국 기업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인도 투자를 주저하기 보다는 직접 텔랑가나주를 찾아 사업 기회를 확인하라는 뜻이다. 투자를 위해 방문한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그는 최근 열흘간 미국을 방문해 글로벌 기업들부터 3150억 루피(한화 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3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텔랑가나주는 예상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인도의 주 총리가 직접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장기간 해외투자 유치에 나서는 사례는 드물다.

레디 총리가 이처럼 경제에 온 힘을 쏟는 이유는 ‘민생을 살피는 게 정치’라는 믿음 때문이다. 텔랑가나주는 2014년 안드라 프라데시((Andhra Pradesh) 주에서 분할됐다. 이제 막 열 살이 된 인도에서 가장 어린 주다. 성인이 되는 2034년에는 세계적인 경제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게 레디 총리의 목표다.

▶2034년 주 총생산 목표 1조 달러...글로벌 투자유치에 총력

텔랑가나주는 이미 인도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곳으로 손꼽힌다. 29개 주 가운데 인구는 3500만명으로 다른 주보다 많은 편은 아니지만 주 총생산(GSDP)은 2000억 달러로 9위, 1인당 소득은 5000달러로 5위다. 인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2%가 넘는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1.4%로 7%대인 인도 전체를 웃돈다.

레디 총리의 목표는 2034년 GSDP 1조 달러다. 서울에 버금가는 규모다. 인도 정부의 GDP 목표가 2030년 7조 달러다. 공격적인 목표이지만 텔랑가나주가 그동안 거둔 경제적 성공의 과정 속에 답이 있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유치다.

텔랑가나주는 인도에서 손꼽히는 교육기관인 오스마니아대학교(Osmania University)와 하이데라바드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Hyderabad) 등이 위치해 있다. 레디 총리도 오스마니아 대학 졸업생이다.

우수 인재가 많아 IT와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달했고 미국의 7대 빅테크 가운데 6개가 하이데라바드에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도 연구개발(R&D) 센터를 이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규모인 생명과학 클러스터에 800개가 넘는 제약 및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전세계 인간 백신의 35%가 하이데라바드에서 생산될 정도다. 덕분에 하이데라바드는 인도의 실리콘밸리이자 게놈밸리(Genome Valley)로 통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면 2034년 경제규모 1조 달러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레디 총리의 구상이다. 레디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기간 동안 아마존, 바이오텍, 구글 등의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과 투자회사 찰스슈왑(Charles Schwab)의 하이데라바드 신규 진출도 성사시켰다.


레반스 레디 인도 텔랑가나주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레반스 레디 총리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근면성실한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텔랑가나주는 새로운 도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서울의 한강 프로젝트를 참고해 텔랑가나주를 개발해 나가며 세계와 경쟁하기를 바란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임세준 기자

▶미국 다음 유럽, 일본 아닌 한국을 택한 레디

인도에 가장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하는 곳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이다. 그런데 레디 총리는 미국 다음 방문지로 유럽과 일본이 아닌 한국을 택했다. 왜 일까? 레디 총리의 설명은 이렇다.

“한국 사람들은 근면합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 집중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합니다. 한강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정비하고 개발했는지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하이데라바드의 무시(Musi) 강을 정비하고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무시(Musi) 강 개발이다. 텔랑가나주 GSDP 1조 달러 달성에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미래도시’(The Future City) 건설이다. 하이데라바드에 세계적 수준의 친환경·최첨단 신도시를 만드는 계획이다. 레디 총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대거 접목된 인도 최초의 넷 제로(탄소배출 0) 도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데라바드는 이미 영국 지배기간에는 세컨드라바드(Secunderabad), 20세기 말에는 사이버라바드(Cyberabad)라는 하이테크 신도시를 각각 건설하면서 인구 1300만명의 인도 대표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네 번째 미래도시를 건설해 하이데라바드를 글로벌 간판 도시로 도약시키는 것이 레디 총리의 목표다.

하이데라바드는 도시를 관통하는 거대한 강이 있다는 점에서 서울과 닮았다. 미래도시 건설 과정에서 홍수 관리는 중요한 숙제다. 서울의 한강 정비와 개발은 레디 총리에게 미래도시 건설 과정에서 반드시 연구해야 할 선례다. 대한민국과 서울이 텔랑가나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이데라바드와 서울은 기후, 음식, 문화, 창의성 측면에서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배운 점을 하이데라바드에 접목시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도시로 도약했지만 모방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실제 레디 총리의 방한 일정도 12일에는 LS그룹, 섬유산업협회, 현대차, 유유제약을 만난 후 청계천을 살폈다. 저녁에는 남산에 올라 서울시 전체를 조망했다. 13일에도 삼성, LG전자, GS칼텍스, 셀트리온과 만난 후 서울시를 방문했다.

▶확실한 투자 기회를 찾는다면 하이데라바드로 오라

“다음 달 글로벌 인공지능 대회(AI Summit)를 가질 예정입니다. 12월에는 텔랑가나 투자대회(Investment Summit)도 열 계획입니다. 전 세계 모든 투자자들을 초대하여 텔랑가나주의 경제 생태계를 직접 보고, 주 정부의 협력 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여러 인프라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미래도시를 한 마디로 줄이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도시’다. 최첨단 기술을 모두 동원해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의 도시를 현실로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텔랑가나주가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파트너를 구하는 이유다.

레디 총리는 미국 방문기간 동안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텔랑가나주를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 경제를 유망하게 여기면서도 문화적 제도적 차이로 투자와 진출을 주저하는 한국 기업들도 의지만 충분하다면 하이데라바드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습니다”(Seeing is believing)

레디 총리는 텔랑가나주가 보유한 다양한 문화적 자산들도 또다른 투자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데라바드는 다양한 불교 문화가 존재합니다. 특히 100피트가 넘는 큰 불상은 도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입니다.”

텔랑가나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 영화산업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지역 언어인 텔루구어를 바탕으로 한 영화 산업은 ‘탈리우드(Tollywood)’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뭄바이를 중심으로 한 발리우드(Bollywood)에 버금가는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다. 제조업 뿐 아니라 최근 인도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K-드라마와 문화산업 협력도 가능하다는 게 텔랑가나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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