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초 여성 CEO 왜 AI에 꽂혔나…“아이폰보다 더 큰 충격이자 기회” [그 회사 어때?]
2024-08-17 11:33


박애리 HSAD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지금의 인공지능(AI)은 더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어요. 광고업계가 AI를 활용하는 수준도 앞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해갈 것입니다”

박애리 HSAD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수용도, 적응력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며 AI가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의 폭도 그만큼 클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HSAD 역시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해서 국내 최고의 ‘AI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 계열 광고회사인 HSAD는 올해 1월 전통적 광고회사를 넘어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컴퍼니’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사명의 의미도 ‘Heart of Storytelling, Art of Difference’로 재정의하고, 기업 이미지(CI)도 새롭게 단장했다.

이달 13일에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DASH.AI(대시 AI)’를 공개했다. 마케팅 전략부터 광고 제작, 성과측정에 이르기까지 업무 전반을 생성형 AI로 진행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국내 광고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모두 박 대표가 HSAD의 수장이 된 이후 일어난 변화다. 지난 2022년 12월 LG그룹 내 최초 여성 CEO가 된 박 대표는 당시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광고업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했다.


박애리 HSAD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취임 후 조직신설·채용 ‘AI 드라이브’…1년 만에 자체 플랫폼 개발

박 대표는 “마케팅 데이터가 워낙 정성적이어서 데이터화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드물다”며 “생성형 AI를 보고 그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마케팅 데이터의 정량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HSAD는 지난해 7월부터 내부에 AI 관련 추진 조직을 꾸리고 전문 인력들을 채용하며 AI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당 조직을 중심으로 광고기획·전략, 카피라이터, 디지털전문가, 매체플래너 등 40여명이 ‘대시 AI’ 개발에 참여했다.

박 대표는 개발 과정에 대해 “거의 매일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며 “AI가 무언가를 정말 빨리 만들어줄 것 같지만 우리가 원하는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으려면 그 전에 학습이라는 시행착오의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HSAD는 그동안 축적한 마케팅 역량과 콘텐츠 제작 노하우에 LG AI연구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AI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였다. 다양한 고객사와의 기술검증(PoC)도 진행했다.약 1년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 7월 초 내부에 오픈했고, 이달부터 상용화했다.

앞서 광고업계에서는 AI를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는 ‘우리가 AI로 이런 것도 해봤다’는 식의 활동들이 많았다”며 “AI를 통해 전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 훨씬 더 빠른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AI를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HSAD의 ‘대시 AI’는 단순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이 아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고객사별 맞춤형으로 산출한다. 단기적으로는 배너 등 디지털광고 제작 과정의 80%를 AI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시 AI’에 이어 하반기에 대시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신규 플랫폼들도 잇달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애리 HSAD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박 대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부터 마케팅 전략 수립, 콘텐츠 생산, 성과 측정까지 모두 이 플랫폼 안에 데이터화해 축적하기 때문에 다음 광고 프로젝트를 할 때 이 데이터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며 “한 번 했던 프로젝트가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자양분이 돼 다음에 더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해야 했던 ‘핸드워크(handwork)’를 AI로 상당 부분 자동화하면 ‘헤드워크(headwork)’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AI가 사람 대체? “창의력 계속 키워나간다면 영원히 지지 않아”

광고업에 AI를 도입하겠다는 박 대표의 제안에 내부에서는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존재했다.

박 대표는 유료 AI 서비스를 구매해 직원들이 자주 사용해보도록 했다. 매달 전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각자 AI를 써 본 경험을 공유했다. 1~2년차 사원들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들까지 직접 나와 AI를 활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각자 AI를 사용한 사례를 보여주니 직원들 사이에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AI를 써보니 결과물이 좋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면서 두려움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박애리 HSAD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AI 기술의 고도화로 광고업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광고인이 갖춰야 할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이 빛나는 시기가 있고, 새로운 기술을 잘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기가 있다”며 “앞으로 2~3년은 AI를 잘 쓰는 사람이 각광을 받겠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브랜드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통찰력과 창의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AI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결국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과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며 관련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는 “우리가 만든 AI 플랫폼을 고객사에도 제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고객사와 우리가 생성한 인물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며 “고객사에서 우리에게 다른 엔진을 쓴 것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같은 AI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경험치가 쌓인 우리 회사 디렉터들의 관점이 더해지면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결국 업의 전문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어 “더 크리에이티브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AI가 핸드워크를 대신하는 동안 헤드워크에 대한 것들을 계속 발전시켜나간다면 우리는 영원히 지지 않는다고 직원들에게 말한다”고 전했다.


박애리 HSAD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신기술에 열린 마음 중요…엔비디아·구글 콘퍼런스 챙겨봐”

박 대표는 2005년 HSAD에 합류한 이후 줄곧 광고기획 전문가로 살아왔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유지해왔다. 최신 AI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엔비디아나 구글, 세일즈포스, 오픈AI 등이 주관하는 콘퍼런스를 직접 챙겨 듣는다. AI추진팀 직원들이 속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도 계속 최신 내용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HSAD 내부에서 직접 상품 콘셉트를 기획하고 만드는 조직을 이끈 경험도 있다. 박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졌다”며 “‘왜 광고회사는 광고기획만 해야 하지, 상품기획을 할 수도 있잖아’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조직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CEO가 된 이후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의 다양한 조직들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부서장 때보다 훨씬 더 폭넓은 비전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AI 시대 중요한 자질로도 ‘테크에 대한 열린 마음’을 꼽았다. 그는 “테크니션이 될 필요는 없지만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수용성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시대 CEO는 ‘굿 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구성원들과 함께 가야 한다. CEO로서 직원들에게 방향성을 잘 전달하는 굿 커뮤니케이터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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