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이커머스, 규제보다 자율경영·혁신투자 유도
2024-08-22 11:13


티몬·위메프 사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환불과 정산을 받지 못해 발생했다. 원인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구조적 문제다. 플랫폼이 커져야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증시 상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랫폼 내 판매자와 이용자가 많아야 한다. 티몬·위메프는 소비자에게 상품권이나 여행상품을 판매자를 통해 할인판매를 늘려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판매대금으로 플랫폼 몸집 불리기 외에 기업 인수 등 무리한 투자를 지속했다. 결국 유동성 함정에 빠져 정상적인 정산이 이뤄지지 못하게 되었고, 소비자 환불도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 즉 이커머스 시장 내 플랫폼 비즈니스의 구조적 문제와 유동성 관리 부재가 가져온 경영실패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유통업계에선 경영상 필수 불가한 통상적 현상이란 점이다. 소비자의 구매대금은 사용 간 시차를 활용한 선수금 성격의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유용 유혹이 큰 자금이다. 즉 단기 유동부채를 마치 자기가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돈인 양 활용하는 유통업체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영업이 잘되기만 하면 순환되어 들어오는 자금으로 돌려막기 즉, 정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경영행위는 경쟁우위의 전략적 방편이자, 소비자 편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적자가 커져도 플랫폼이 확대되면 외부 투자가 가능해지고, 이는 성공 조건으로 인식됐다. 쿠팡도 오랜 기간 적자를 겪었지만, 소프트뱅크의 투자와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적자 해소의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 방법은 결국 유동성 관리 부재란 경영실패를 막는 것이다. 법규제가 이커머스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의심과 불안으로 산업이 붕괴된다면 유통시장은 일부 국내외 대형기업에 의해 독과점화될 것이다. 이참에 이커머스 시장을 빅데이터&AI(인공지능), 로봇, 메타버스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벤처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e유통은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유통 관련 기업의 창업을 유도하고, 이는 다양한 통로를 형성하는 산업 파급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 유통시장이 외부 투자나 증시 상장, 심지어 기업 매각을 위한 세계의 투자공간으로 발전하길 기원한다. 유통기업의 자율경영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 판매자와 소비자가 상호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커머스 업체는 판매 대금의 일부를 제3자에게 위탁보관(에스크로)하도록 하고, 정산 기한도 기업의 판매 추세와 재무 건전도를 고려해 상한선을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혹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면 개선 명령을 발동하고, 의도적 불법을 자행한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기업에 핀셋 제재와 엄중 가중처벌을 해도 될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국경도 없고, 경영이 기술과 융복합돼 변화무쌍하게 발전하는 혁신의 공간이다. 규제의 벽을 쌓는다고 해도 혁신이란 큰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경영실패를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 막으면 안 된다. 지금 정부와 국회는 당장 피해를 본 판매업자와 소비자의 구제에 주력해야 할 때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유통학회장)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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