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량, 올해 역대 최소 우려…공급 과잉에 가격 하락세
2024-08-25 06:55


19일 오전 전남 영광군 대마면의 한 논 앞에서 농민회 광주전남연맹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쌀값 폭락 대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식문화 변화로 올해 쌀 소비량가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쌀 공급은 과잉으로 이어지면서 산지 쌀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먹은 쌀은 154.5g이다. 밥 한 공기를 짓는데 쌀 100g이 들어간다고 보면 국민 1인당 하루에 밥을 한 공기 반씩 먹은 셈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2019년 59.2㎏로,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집밥'(집에서 먹는 밥)하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각각 57.7㎏, 56.9㎏으로 계속 줄었다. 작년 1인당 쌀 소비량 56.4㎏은 30년 전인 1993년(110.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은 내년 1월께 발표되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올해 쌀 소비가 작년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을 운영하는 다수 유통사의 집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쌀 판매량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많게는 10%, 적게는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판매량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쌀 소비량은 역대 최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쌀 소비 감소는 식생활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침밥을 안 먹는 등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고, 한 번에 먹는 밥의 양도 적어져 쌀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소비자의 입맛은 면, 빵, 육류 등을 찾는 쪽으로 바뀌었다. 실제 지난 2022년 국민 1인당 3대 육류(돼지·소·닭고기) 소비량은 58.4㎏로, 쌀(56.7㎏)을 넘어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이 2028년 61.4㎏으로 늘고 2033년에는 65.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즉석밥 등 가공식품, 떡, 술을 만드는 데 쓰는 가공용 쌀은 늘고 있지만 전체 양이 집밥용 쌀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지금과 같은 쌀 소비 감소세를 상쇄하기는 어렵다.

올해도 쌀 소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수급 불균형으로 산지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에서 재고 처리를 위해 쌀을 저가로 판매해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20㎏에 4만4435원으로 열흘 만에 184원(0.4%) 하락했다. 한 가마(80㎏) 가격은 17만7740원으로 정부가 약속한 2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5일 20㎏당 5만4388원, 가마당 21만7352원에 각각 거래된 이후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면치 못하면서 약 4만원(18%) 하락했다.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하락이 이어지자 농민단체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오는 27일 국회 앞에서 쌀 수급 안정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기로 했다.

정부는 현장에서 쌀값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확기 대책을 예년보다 이른 다음 달 초에 발표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는 예산 1000억원을 투입해 쌀 소비 촉진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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