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대변해 쓴소리 한 정태영 부회장, 왜? [머니뭐니]
2024-08-26 10:06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여신금융협회장과 15개사 여전사 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김병환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당국에 실망스럽다”며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위가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적격비용 산정 주기 등을 결론짓지 못하는 등 카드업계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업계를 대변해 입을 연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사, 캐피탈사, 신기술사업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여전업계 CEO들과 처음 인사하는 자리였다.

유일한 오너 경영인인 정태영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작심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니 (내가) 나서야겠다”면서 “최근 카드업계의 숙원과제인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5년 연장하는 데 대해 결론내리지 못한 금융위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그동안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적격비용 산정 주기 등에 대해선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적격비용 절감 가능성 및 인하 여력 등을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그간 적격비용 산정 시 카드사의 원가가 보다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또 현재 원가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96%에 달해 추가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질 경우 본업인 결제 사업에서 역마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정 부회장 역시 “신용판매는 이미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 도달했다”며 본업의 역마진 구조를 심화시키는 당국의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대 수수료율 및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상공인 측 의견과 카드업계 의견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금융 당국에 업계의 입장을 재강조한 취지로 풀이된다.

해당 자리에서는 이외에도 전업 카드사들의 또 다른 애로사항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여전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PF 신사업을 계획하려고 해도 대출 및 채무보증의 합계액이 여신성자산의 특정 수준 이내로 제한돼있는 등 과도하게 획일적인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는 게 여전업계의 입장이다. 당국은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이 진행중인 만큼, 이번 사안이 끝난 뒤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카드업계는 ‘금산분리 완화’의 기조에 따라 카드사 역시 자회사를 통한 신사업 진출, 부수업무 확대 등을 요청했다. 현행상 신용카드사들은 자회사 출자가 20%로 제한받고 있다. 또 외부투자와 부수업무는 고유업무와 직접 관련된 경우에만 허용되고 있다. 이에 여전업계에서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다양한 사업기회를 갖는 핀테크·빅테크 대비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한 여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매번 업계 간담회가 열릴 때마다 당국에 (업계를 대변해)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건 정태영 부회장뿐”이라고 귀뜸했다.




hss@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