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고맙지만 아쉬운 보행로 그늘막
2024-08-27 11:29


역대급으로 계속되는 열대야 소식은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더 지치게 한다. 이렇게 더위가 이어지는 날 어쩔 수 없이 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건널목 근처, 특히 사거리 교차로 건널목에는 여지없이 그늘막이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늘막 아래에서 비록 오랜 시간 서 있을 수는 없지만 뜨거운 햇볕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최근 이처럼 도시 내 교차로와 보행로에 설치된 그늘막이 많은 보행자에게 짧게나마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특히 여름철 무더위에서 큰 도움이 되지만 그늘막 설치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와 대안을 고려할 때 이 조치가 최선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의 폭염이 기후위기와 관련이 많다는 설명이 대세인 상황이기에 더욱 더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 그늘막은 플라스틱이나 금속 재질로 제작되는데 이러한 재료의 생산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금속구조물의 경우, 제작 과정에서 톤당 약 1.8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그늘막을 설치하고 유지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적 비용은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랫동안 우리나라가 잘해왔던 가로수 조성과 관리를 더 확대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늘막을 설치할 자리에도 나무를 심는 것이 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산림 ㏊당 연간 이산화탄소 6.9톤을 흡수하고, 산소 5.0톤을 방출한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제작 과정에서 상당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그늘막과는 반대로 가로수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무는 당연히 그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열섬 효과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도심지역에 나무를 심으면 주변의 기온이 3~7도 정도 내려갈 수 있으며, 이는 그늘막이 제공하는 것 이상의 시원함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무는 비를 흡수하고 도시의 미세먼지를 줄이며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환경적 이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늘막을 사용하면서 필요로 하는 유지 보수와 관리, 특히 그늘막을 접었다 펼 때의 노동력과 자원 소모, 청소 및 유지 보수비용 등도 미미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상당한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되기 쉽다. 반면 나무를 심고 적절히 관리하는 데에도 일정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오랜 시간 혜택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보행로와 교차로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것은 분명히 매우 유용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나무를 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그늘막 대신에 적합한 가로수를 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천에 옮기기를 기대한다. 나무는 그늘을 제공하는 시원함과 더불어 탄소 흡수 등 환경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다.

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신구대학교식물원장



kwonhl@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