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전기요금제 시행 땐 수도권 제조업 전력비용 최대 1.4조 증가”
2024-09-05 06:00


데이터센터 [AP]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지역 차등 요금제가 시행되면 수도권 제조업체의 연간 전력비용이 최대 1조4000억원가량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전자·통신 업종에 비용 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도입 취지인 대규모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될 때 수도권 제조업 전체의 연간 전력비용 부담은 최소 7683억원에서 최대 1조3728억원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통신 업종의 전력 부담 비용이 최대 6248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 업종이 최대 1110억원의 전력비용 증가가 예상되며 기타기계(837억원), 1차금속(648억원), 식료품(636억원), 자동차(586억원)의 순으로 최대 전력비용 부담 상승 폭이 컸다. 표준산업 중분류 기준 제조업에 해당하는 25개 업종의 평균 전력비용 부담 상승분은 55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경협은 가격 변화에 따라 전력사용량이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도매가격 변화분 전망치와 소매가격 전가율 등을 시나리오별로 나눠 업종별 전력사용비용을 도출했다. 지역별 전력도매가격 차등화에 따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가격 차는 킬로와트시(kWh)당 19~34원 정도로 적용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요금 도매가격의 지역별 차등화를 시행하고 2026년 소매가격의 지역별 차등도 적용할 예정이다. 지자체별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전기요금은 높아지게 된다. 산업용 전력은 주택용, 일반용 등에 비해 가격탄력성이 낮아 차등 요금제 시행 시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경협은 전국 단위의 단일 전기요금체계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전력비용 변화가 기업 등의 유의미한 입지 변화를 유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산업 전력사용량의 64.2%는 비수도권에 분포하고 있다.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사용량 변화는 최근 3년간(2021~2023년) 0.1%포인트 이하로 미미하다.

전자‧통신 업종의 경우 수도권 내 전력사용량이 같은 기간 3.4%포인트 증가했으나 이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신·증설에 따른 변화다. 이들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인력 확보 때문으로 전력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될 개연성이 있다고 한경협은 봤다.

또한 수도권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기반시설의 성격을 지니거나 소수 사업장에 편중돼 있어 입지 변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서울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백화점, 병원, 학교 등으로 전력비용 변화에 따라 입지를 변경하기 어렵다.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사용량 변화율 (2021~2023년 기준) [한국전력공사,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한경협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정책효과를 개선하고 대규모 전력수요 분산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 인프라 확보와 지자체별 전력수급 균형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기업의 입지 결정에 있어 기반시설이나 유관 업종의 집적성, 인력 유치 등이 중요한 만큼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을 위해 민간 수요 및 유인체계를 감안한 기업 인프라 확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또한 전력가격 조정을 통한 기업의 입지변화를 유도하기에 앞서 지방시대 종합계획 내 지자체별 전력수급 균형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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