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급락에도...달러 수요 ‘연중최고’
2024-09-09 11:13


주요 은행 달러예금에 올 들어 가장 많은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달러 가치가 8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하는 등 약달러 현상이 이어졌음에도, 지속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반면 ‘엔테크’ 열풍이 주도했던 엔화예금 증가 추이는 감소세로 전환하며,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차익 실현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영향이다.

▶돌연 급증한 ‘달러 예금’...안전자산 수요↑=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633억8900만달러로 지난 7월 말(575억6700만달러)와 비교해 58억2200만달러(10.1%)가량 급증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증가폭에 해당한다. 이로써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629억2800만달러) 이후 8개월 만에 다시금 600억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635억1000만달러까지 늘어났던 달러예금은 올해 ▷1월 593억달러 ▷3월 573억달러 ▷5월 532억달러 등으로 지속 감소했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200원대까지 떨어진 이후 달러 가치 상승 추이가 지속되며,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빠져나간 결과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고점 인식이 형성되며 투자 수요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 6월 531억1900만달러까지 줄었던 달러예금 잔액은 최근 두 달 만에 102억달러가량 불어나며, 감소폭을 회복했다.

이처럼 올 하반기 들어 급격히 달러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은 안전자산 확보 목적의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월까지는 미국 주식시장이 나쁘지 않았고,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는 시즌이었기 때문에 조금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달러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상품 측면에서 달러 예금의 매력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3%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연 5%대 수준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될 시, 장기 예금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벌 만큼 벌었다”엔화예금은 감소세 전환=반면 지속해 증가하던 은행 엔화예금 잔액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8월 말 기준 1조1149억엔으로 지난 7월 말(1조2111억엔)과 비교해 962억엔(7.94%) 줄어들며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엔화예금 잔액은 1조2929억엔까지 불어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 급등에 따라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엔저 현상에 따라 환율 차익을 노린 엔테크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했을 때, 수익을 실현한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과 7월 중순까지만 해도 100엔당 86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지속 상승해 95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7월 31일 일본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한 영향이다.

엔화 가치 상승 기대감은 여전하다. 일본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반면,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 투자 수요가 이전과 같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이미 저점에서 엔화를 매수한 차익 실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장기적 수익률 및 안정성 측면에서의 매력이 달러화에 비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인 방향성에서는 엔화의 매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예금금리 등을 생각해봤을 때는 달러가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김광우·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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