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악몽에…국민의힘 ‘조용한 재보선’ [이런정치]
2024-09-24 10:02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최봉의 전남 곡성군수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재보궐선거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10·16 재보궐 선거를 3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이 잠잠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부터 2박3일 간 재보궐 선거 지역을 돌며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후보 공천부터 관여를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지도부가 와해됐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텃밭 지역구도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24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를 주목한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전날 당을 탈당하면서다. 복수 관계자는 안 전 시장이 보궐선거 공천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안 전 시장은 법적 문제가 걸려있어 공천을 신청해도 결격 사유가 분명하다. 바로 컷오프 되었을 것”이라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려 애초에 맘을 먹은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시장은 지난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당선이 되더라도 최종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법리스크가 있지만 안 전 시장이 강화군에서 활동해온 만큼 그의 출마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인천 강화군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65%까지 나오는 텃밭”이라며 “강화에서 큰 지지를 받는 안 전 시장이 출마하고 보수 성향 두 후보 지지율이 30%대로 쪼개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당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안 전 시장이 2016년 총선 경선에서 배준영 의원을 꺾고 당선됐는데 그때 대부분 표가 강화군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지도부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안 전 시장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 경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한동훈 지도부는 관련 발언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제2의 강서구청장 사태’만은 막겠다는 것인데 자칫 선거에서 패배했다가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실제로 지도부 내에서는 조용히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우세 지역인 강서구였음에도 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수도권 위기론을 키운 이유는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번에는 한 대표가 각 당협에 공천을 맡긴 이유도 ‘당신들이 결과에 책임지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선거 지역구를 아예 안 가지는 않겠지만 한 대표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중도 확장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청년 정책 등을 내놓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이번 재보궐 선거는 국민의힘 우세지역 2곳, 민주당 우세지역 2곳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시교육감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당대표가 재보궐 선거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금정구가 우리당에 유리한 지역구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장담하느냐. 하물며 이 대표도 조국혁신당에서 후보를 낸다고 하니 호남을 찾아가서 ‘그동안 소홀했다’고 말한다”며 “지금은 자기 정치가 아니라 당 정치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만약 강화군이나 금정구 중 한 곳에서 패배하면 (한 대표는) ‘저는 상관없지만 유감’이라고만 할 거냐. 그럴 수는 없다”며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과 기 싸움이 아니라 당 선거에 집중하고 당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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