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 고액자산가 넘어 일반가정 확산세”
2024-09-27 11:21


“초창기에는 유언대용신탁 서비스가 고액자산가들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추세예요”

하나리빙트러스트센터에서 신탁 및 상속, 증여 등에 대한 전반적인 법률 검토 및 자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권남규 변호사는 최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세상에 남겨진 상속인들이 고인의 유지를 효과적으로 잘 이행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유언대용신탁이 부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는 위탁자의 재산을 수탁자가 관리하도록 하고, 위탁자 사후에는 수탁자가 위탁자의 의사대로 재산을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산승계방식 중 하나다.

‘유언’에 의한 상속은 전통적인 재산승계방식 중 하나인데, 국내에선 대부분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준비하는 편이다. 다만 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도 법으로 정한 사항에 대해서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언자가 원하는 모든 내용을 유언의 내용으로 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권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유언대용신탁은 곧 금융기관과의 계약을 의미한다”며 “금융기관은 애초에 계약했던 내용대로 고인의 재산을 분배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장과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직장을 은퇴한 고령자들이 유언대용신탁 상담을 많이 찾았다면, 최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재산 상속 등을 미리 준비하는 현직자들도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권 변호사는 “최근에는 은퇴 연령이 늦어지고 있고, 또 치매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사업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기업 및 현업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상담자들도 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속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40대의 48%에 달하는 이들이 ‘상속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인식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50대 중에선 42%, 60세 이상 중에선 38%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일반 대중도 잠재적 상속세 납세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상속이 더 이상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1년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10억원을 초과하면서 서울 인구의 절반이 상속세를 납세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연령이 낮을수록 상속이 더 이상 부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상속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법조계에서도 미성년자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인정한 법원 판례도 나오는 등 신탁이 주목 받고 있다.

권 변호사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홀로 남겨지게 될 미성년자 C를 위해 주거용 부동산(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만 30세가 됐을 때 이전해달라는 내용의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한 사례자 A씨가 기억에 남는다”며 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A씨가 사망한 이후 A씨와 이혼한 B씨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줄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은 A씨의 유지가 존중돼야 한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인이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통해 금융사와 맺은 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셈이다.

권 변호사는 “이 사례는 수탁자가 위탁자의 생전 의사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고, 그 결과 유언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위탁자의 생전 의사의 실현과 미성년자의 상속재산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영미권 국가에 비하면 국내의 유언대용신탁 이용률은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그는 “해외의 경우 유언대용신탁이 소득에 관계없이 매우 보편화돼있다면 국내의 경우 서비스가 개시된 지 약 12년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성장기에 머물러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권 변호사는 다음 달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 플라츠에서 개최하는 ‘머니페스타’에서 ‘유언대용신탁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이날 권 변호사는 유언장에 대한 설명부터 유언대용신탁 서비스 활용 안내 및 상속 관련 내용을 사레별로 요목조목 소개할 예정이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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