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소 취소 후 ‘취소 전 증거’로 다시 기소할 수 없어”
2024-09-30 06:50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겼다가 명확한 이유 없이 공소를 취소했다. 그런데 약 1개월 뒤 검사가 공소 취소 전에 수집했던 증거로 다시 피의자를 재판에 넘겼다. 이를 적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상 거듭 처벌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2심)을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공소 기각이란 검사의 공소제기에 형식적 흠결이 있을 때 사안을 종결시키는 절차다.

A씨는 2012년~2013년께 대표이사를 속여 회사로부터 6회에 걸쳐 52억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부동산 사업 명목으로 자금을 지금받은 뒤 이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였다.

당초 검사는 2017년 12월 A씨를 기소했다가, 공소를 취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여부가 문제됐기 때문이다.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예단을 발생시킬 여지가 있는 내용을 인용할 수 없고, 공소장 하나만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당시 A씨 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그러자 검사는 돌연 공소를 취소했다. 공소 취소장엔 그 이유가 적혀있지 않았고, 취소를 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문제는 검사가 약 1개월 뒤 A씨를 다시 재판에 넘기면서 생겼다. 형사소송법상 재기소는 공소 취소 후 혐의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했을 때만 예외적으로 할 수 있다. 검사 측은 “해당 요건에 해당한다”며 재기소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검찰의 재기소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공소를 기각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24형사부(부장 소병석)는 2019년 5월, 이같이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 취소 후 검사가 새롭게 수집한 증거는 참고인 진술, 참고인 전화진술, 대질 진술조서 등인데 공소 취소 후 약 한 달간 수집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새롭게 발견한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2형사부(부장 함상훈)도 검사의 공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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