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 ‘자사주’ 분수령 촉각…‘이사회’도 법적 리스크
2024-10-02 08:47


지난 7월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2조원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는 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승부가 분수령을 맞았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2조원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에 대한 법원 판단이 2일 중 나올 전망이다. 법원은 공개매수 기간 중 이사회 결의에 대해서도 판단할 예정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의 사내이사인 최윤범 회장,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소집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의결하고 후속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영풍-MBK는 오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의 최소 6.98% 최대 14.61%를 주당 75만원에 공개매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소 1조2000억원에서 최대 2조4000억원이 필요한 ‘빅딜’이다. 고려아연이 75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공표해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가 최소 목표에 미달할 경우 공개매수는 무산된다.

문제는 법원의 판단 범위에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 취득은 물론 자사주 매입 관련 이사회 소집·결의까지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영풍은 법원에 MBK파트너스와 진행 중인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4일까지 관련 이사회를 열 수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영풍측은 지난 27일 심문기일에서 “고려아연이 10월 4일 이후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는 내용의 이사회를 여는 것만으로도 일반주주의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참여 여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실현가능성과 별개로 이사회 자체가 공개매수를 저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이 영풍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고려아연의 이날 이사회 결의는 법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 영풍측이 강경대응을 시사하고 있어 이사회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물론 배임 등 형사고소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영풍-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단 이틀(영업일 기준) 남은만큼 법적 리스크를 떠안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 이후 전량 소각 방침을 밝힌 것도 가능한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풍측은 고려아연에 수차례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밝히라고 요구해왔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소각을 전제로 진행된다. 유통 물량을 줄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25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자사주 소각’ 목적을 제외해왔다.

영풍측은 경영권 분쟁 종료 이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운데 소각 없이 자사주만 매입하는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실 우려를 예상하고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회사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의미다.

한편 영풍은 공개매수 기간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기간 동안 공개매수자의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외의 방법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한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계열사로서 특별관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사주 등 공개매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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