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고용차관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 선행돼야”
2024-10-02 11:36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미래리더스포럼 10월 초청강연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열렸다. 연사로 참석한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동개혁은 노사가 주체가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노동 시장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 공공기관, 공기업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쉬는 청년’이 늘어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 주최한 ‘미래리더스포럼’ 연사로 참석해 이 같이 밝히며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지금 우리의 노동시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960만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이들은 계속 일할 수 있게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한다”며 “손쉬운 건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그 피해는 누가 보느냐. 바로 청년”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장기 실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발적 백수’를 택하는 청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1~8월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월평균 9만8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48명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이 2만9442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만1177명(23.3%)으로 뒤를 이었다. 30대 이하 장기 실업자가 전체의 55.7%를 차지한 셈이다.

특히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집에서 그냥 쉰 청년은 5월 기준 2021년 9만6000명에서 2022년 8만4000명, 2023년 8만명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8만2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가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김 차관은 “우리 노동시장에서 정년 제도가 있는 기업은 26%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반면 사람이 없어서 뽑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그에 앞서 채용 권한이 있는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이 전제돼야 고령층의 전문성과 기업의 인력 관리 및 비용 문제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령화로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고용형태도 다양화됐는데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근무했던 70년 전 제도를 지금의 현실에 맞추려다 보니 잘 안 맞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존립을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요하고 노동개혁은 결국 제도 개혁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노동개혁이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4대 개혁 중 하나로 교육개혁과 연금개혁을 연계하는 핵심 이슈라고 특히 강조했다. 그는 “교육개혁은 노동시장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공급하느냐의 문제고 연금개혁은 노동시장이 지속가능하느냐의 문제”라며 “두 문제의 해결 기반을 만드는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국정브리핑에서 노동개혁에 대해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릴 절체절명의 과제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차관은 정부가 그간 노사 불문 법치확립을 통해 노동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애써왔다고 설명했다. 근로손실일수가 역대 최소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 노조 회계 공시가 늘며 투명성이 강화됐다는 점, 10년 만의 타임오프 기획·감독을 통해 위법을 적발해 개선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김 차관은 “법치확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누구나 법을 지키는 노동시장을 만들어가면서 유연근무, 노동약자 보호 등 쟁점 이슈에 대해서는 과정 관리를 잘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유연근무 이슈와 관련해 “저출생은 국가존립의 가장 큰 과제로 양육 조건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유연성, 탄력성에 기반한 노동시간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이 문제는 사회심라적 문제도 있고 인간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연한 근무가 생산성과 성과로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사노무관리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다 보니 평일에는 타이트하게 근무하지 않으면서 주말 특근을 요구하는 등 중간관리층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달라진 일하는 방식에 따른 성과 측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김 차관은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며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서는 시간이 아닌 성과와 생산성의 논쟁으로 가야 하고 인적 자원 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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