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안전 불감증’ 여전…대학가도 무법지대 방불[르포]
2024-10-04 11:22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후문에서 경희대학교 무용학부관으로 향하는 입구에 ‘전동킥보드 주차금지’ 안내가 있는데도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는 모습. 김도윤 수습기자

[헤럴드경제=김도윤 수습기자]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 수칙이 강화되면서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인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고 있었다. 2학기가 시작된 대학가에선 이 같은 문제가 더욱 빈번히 발생했는데, 특히 야간에 그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선 ‘교내 안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외대 재학생 박모(22) 씨는 “주변을 보면 헬멧을 착용하고 킥보드 타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며 “빠른 속도로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은데 총학생회 차원에서라도 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정부도 킥보드 전용 구간을 마련하거나 더 강력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스페인어학과에 재학 중인 조모(22) 씨는 “교내에서 킥보드 사고가 적지는 않다”면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길 모퉁이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헬멧 착용 의무화와 더불어 보도 블록에서는 운행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내 건물인 사회관 앞에서 킥보드를 타던 사람이 학생과 부딪칠 뻔한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재학생 김모(20) 씨는 “ “학교가 큰 편도 아닌데 교내에서 킥보드 타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교내에서도 안전모 착용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컴플렉스 건물 앞에 ‘킥보드 운행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도윤 수습기자

경희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학교 축제인 대동제 기간 동안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거나 에어팟을 낀 채 타는 학생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전동킥보드 이용 시 안전모를 쓰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는 실정이라고 했다.

경희대 재학생 정모(24) 씨는 “몇 일 전 학교 축제 기간 동안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고, 경찰이 그 학생들에게 면허를 확인하는 광경을 봤다”며 “킥보드 이용에 있어 교내 안전 불감증이 심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학생 김모(23) 씨는 “에어팟을 끼고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행동은 너무나 위험천만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국퍼스널모빌리티(PM)산업협회가 지난 6월 17일 발표한 ‘개인형 이동수단 사고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유 PM 대수는 2020년 7만대에서 2021년 15만대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에는 2022년 약 24만대 대비 20.8%나 증가한 29만대로 늘어났다.

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PM)은 학생들에게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에 따르는 안전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고 위험이 계속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23년 PM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2389건, 사망자 수는 24명, 부상자 수는 262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 등 전기로 주행하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16세 이상부터 취득이 가능한 ‘제2종 원동기자전거장치’ 이상의 운전면허 보유자만 이용할 수 있다. 면허 없이 운전하다 적발될 경우에는 범칙금이 10만원, 13살 이하 어린이가 운전하다 적발될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전동킥보드는 인도가 아닌 차도와 자전거 도로로만 다녀야 하고, 횡단보도에서는 킥보드에서 내린 뒤 이를 끌면서 건너야 한다. 보도에서 운전하다 적발될 경우에는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되고, 주행 중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면 ‘12대 중과실 사고’로 분류돼 보험 가입이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 처벌 받을 수 있다.

전동킥보드의 승차 정원은 1명인데, 운전자는 승차 정원을 초과해 동승자를 태우고 운전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야간에 등화점 등을 하지 않거나 발광 장치를 미착용한 운전자에게는 1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음주 운전이 적발될 경우 범칙금 10만원, 음주 측정을 거부할 경우 범칙금 13만원이 부과된다.

특히 안전모 착용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 적발될 경우에는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도로에서 쉽게 대여할 수 있는 공유형 전동킥보드의 경우 안전모를 함께 빌려주지 않는 업체가 많은 상황이다. 업체들에선 분실사고 등을 이유로 이용자 개개인의 재량에 맡기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탈 계획이 있다면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개인용 안전모를 구비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인 ‘스윙’ 관계자는 “2021년도에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고 나서 타업체인 ‘빔(beam)’에서 전동킥보드마다 안전 헬멧을 구비하는 시도를 해봤는데, 분실사고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용 고객들이 남들이 사용했던 안전모를 또 쓰는 것을 싫어해서 이후에는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에서도 안전모를 약 1만개 정도 구비해두고 있었는데, 그 모습(빔 사례)을 지켜본 이후로는 전동킥보드 사용 이력이 많은 고객들한테 안전헬멧 일부를 선물로 줬다”며 “남는 헬멧은 조금 저렴한 가격에 팔아 전부 소진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안전모 착용을 이용자 자율에 맡기는 대신 ‘미착용 시 2만원의 범칙금이 있다’고 사전에 철저히 안내하고 있다”며 “업체에선 기기(전동킥보드)만 빌려주는 것이지 개인의 책임 부분인 안전모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kimdoyoon@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