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고르자”…'MBK vs 최윤범’ 명분 잃은 싸움에 뜻밖에 이익 보는 주주[투자360]
2024-10-05 07:00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 최윤범 회장 간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분 매집을 두고 다툼을 이어가면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83만원까지 올라섰다. 지난 10년간 50만원대 안팎에서 횡보하던 주가를 감안하면 드라마틱한 상승률이다.

양측의 다툼을 지켜보는 기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누가 이기든 ‘이익’을 볼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 ‘쩐의 전쟁’이 시작된 이상 MBK의 지배구조 개선, 고려아연의 국가기간산업 수호라는 명분은 구호로만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고려아연 종가는 77만6000원, 영풍정밀은 3만1850원이다. 양사 모두 현재 MBK와 최 회장 주도로 공개매수가 이뤄지고 있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23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MBK와 영풍은 이달 14일까지다.

이들 두 곳이 제시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식 1주당 매수가격은 각각 83만원, 3만원으로 동일하다. 매수 물량의 경우 영풍정밀은 MBK가 약 43%로 최 회장 측 25%보다 앞서고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이 18%로 MBK의 14.6%보다 많다.

영풍정밀 공개매수의 경우 MBK, 최 회장 모두 자체 자금을 동원하지만 고려아연의 사정은 다르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차입금을 활용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형태다. 고려아연 의결권이 1.8%에 불과한 최 회장이 경영권을 쥐기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하는 행보에 의구심이 따르고 있다. 자기주식 매입으로 얻는 효용이 고금리 대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MBK는 자체 조성한 펀드와 인수금융, 차입금 등 자력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 자금 융통력 측면에서 최 회장보다 우위에 있으나 기존 경영진과 대척점에 선 행동주의펀드 행보는 반감을 사고 있다. 고려아연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왜 MBK가 개선해야 하는지’를 두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연합]

공개매수 당사자의 매수 물량에 차이가 있으나 주주는 어느 쪽에 팔아도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4일에 고려아연에 유입된 주주도 공개매수에 응할 시 단순 수익률만 6%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매수가격을 재차 상향할 경우 주주들의 차익 실현 기대감은 높아진다.

물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경우 세법상 배당으로 간주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는 세율의 유불리를 살펴봐야 한다. 장외거래인 공개매수의 경우 22%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되는데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만약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 받으면 세율은 최대 49.5%까지 높아질 수 있다.

양측 경영권 분쟁의 숨은 수혜자로 국내 금융기관도 꼽힌다. MBK가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브릿지론을 일으키며 5.7%의 금리 조건을 걸었다. 이와 대동소이한 조건으로 고려아연 역시 하나은행,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스탠다드차타드로부터 차입을 결정한 상태다. 기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기에 AA+에 달하는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고금리로 급전을 지원하며 수익 창출 기대감이 커졌다.




ars@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