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 정하고 인원수 줄이자”…‘러닝 크루’ 사이서도 자정 움직임
2024-10-07 09:16


달리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러닝 크루가 민폐라는 얘기가 계속 나와서 공지를 만들었습니다.”

서울 강남권 러닝 크루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35) 씨의 말이다. 김 씨가 소속된 러닝 크루에서는 최근 시간과 인원수를 정하고 만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수십 명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로 인한 시민 불편이 커지자 모임 내에서 자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러닝 크루 활동이 활발해졌고, 이들의 소음·경로 방해 등으로 피해를 보는 시민도 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커뮤니티 플랫폼 ‘밴드’에서 러닝과 걷기를 주제로 삼은 모임은 2021년 9월 대비 올해 9월 90%가 증가했다. 현재 밴드에서 러닝을 검색하면 지역 소모임만 약 3000개 가까이 확인된다.

다만 이들 일부 모임은 좁은 주로를 점령하거나 달리면서 큰 소리를 내는 등의 행동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강공원을 달리는 러닝 크루들을 살펴본 결과,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거나 구호를 크게 외쳤다. 한 차선을 가득 채운 러너들로 인해 보행자들은 크루에 부딪힐까 우왕좌왕했다. 한 크루가 지나가면 비슷한 규모의 크루들이 뒤이어 나타나는 모습도 이어졌다.


지난 1일부터 5인 이상 단체달리기 제한 규칙이 생긴 서울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 모습. [독자 제공]

근처에서 아이와 산책을 나왔다는 박모(58) 씨는 “요새는 달리는 사람들 때문에 산책하기도 무서울 정도”라며 “하루의 마무리를 한강 산책으로 끝냈는데, 이제 어딜 가야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매일 천호한강공원을 달린다는 성모(28) 씨는 “그냥 혼자 뛰면 안 저럴텐데, 같이 뛰면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라며 “주변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운동장 같은 공용 시설도 러닝크루가 다 차지해서 갈 곳이 없다더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같은 러닝크루의 소음으로 민원이 늘어나자, 인원 제한을 내건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서초구는 지난달 반포종합운동장 내 러닝크루 관련 민원을 9건 접수했다. 소음이나 사진 촬영, 유료 강습을 막아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서초구는 지난 1일 5인 이상 달리기 제한을 시작했다. 5인 이상 주로에 뭉쳐있거나 러닝 유료 강습을 하면 퇴장당할 수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장 계도가 이뤄졌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이같은 내용을 공지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와 성동구도 각각 석촌호수와 서울숲에 “단체 달리기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한 러닝크루 공지사항에 올라온 ‘러닝 에티켓’ 8가지. [러닝크루 ‘뛰닝’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처럼 민폐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달리기 예절수칙’을 세워 자정 노력을 하는 러닝 크루들도 있다. 경남 창원시 기반의 크루 ‘뛰닝’은 “페이스별 소그룹 편성해서 뛰기”, “고성방가 금지” 등 8개 수칙을 만들어 지난 8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지했다.

2000여명 규모의 러닝크루 운영진 A씨는 “운동 중 상의 탈의 지양, 달리다 멈추지 않기, 고성 방가 금지, 스피커 소음 자제 등을 최근 공지했다”라며 “동호인들이 직접 문화를 바꿔야 지자체의 제한도 풀리고, 주변의 시선도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brunch@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