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한풀 꺾이자 가계빚 7개월만에 ‘주춤’
2024-10-08 11:29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대출규제도 강화되면서 이달 들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은행들이 속도 조절을 위해 다시 대출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던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4일 현재 729조3934억원으로, 전달 말 대비 1조5737억원(0.2%) 감소했다. 월초 연휴가 있긴 했지만,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73조4457억원으로 1조1307억원(0.2%) 줄어들면서 가계대출을 감소세로 돌려세웠다. 반면 9월에 1364억원 감소했던 신용대출(103조5137억원)은 전달보다 1939억원 증가했다.

8월만 해도 10조원 가까이 늘면서 역대급 증가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이 주춤한 데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 둔화,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8·8 부동산 대책 및 수요 관리대책 등 영향으로 서울 부동산 가격 오름세도 주춤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중 상승거래 비중은 절반 이하(48.5%)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8월 둘째 주 0.32%로 5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9월 넷째 주 0.12%로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스트레스 DSR 2단계를 가동한 데 이어 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달 유주택자 주담대 제한, 가계대출 한도 축소 및 만기 단축 등 온갖 대책을 쏟아낸 데 이어 다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앞서 5대 은행은 7~8월 20여차례에 걸쳐 대출금리를 올렸다가 감독당국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4일부터 주담대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올렸고, 신한은행은 주담대는 최대 0.20%포인트, 전세자금대출은 최대 0.4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2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0%포인트 상향했으며, 하나은행은 전세대출 감면금리를 0.5%포인트까지 축소하며 사실상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이처럼 은행과 당국의 대출규제,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가 맞물려 가계대출이 주춤해지고는 있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데다, 국내 물가상승률도 1%대로 떨어지며 금리인하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본격 나서게 되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쳐 대출금리도 하방압력이 불가피하다. 변동금리형(신규코픽스)에 비해 시장금리를 더 빠르게 반영하는 고정금리형(혼합·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전일 기준 3.61~6.01%(5대 은행 기준)로, 지난달 말에 비해 상단은 0.14%포인트, 하단은 0.03%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한은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 금리인하 시점을 뒤로 미룰 수도 있다. 지난달과 이달에는 추석 연휴 및 각종 공휴일이 껴있어 안정화 추세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매일 모니터링하며 추가 대책까지 고려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정책 엇박자’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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