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도 샀죠, 삼겹살 먹으러 런던까지 갑니다” [K-푸드, 날개를 달다]
2024-10-13 09:08


20대 영국인 캐서린 피터스 씨가 친구와 함께 한국의 삼겹살을 먹는 모습. [본인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한식을 주2회는 만들어 먹어요. 쌀밥을 하려고 밥솥도 마련했답니다.”

영국 동부에 거주하는 20대 캐서린 피터스 씨는 ‘K-푸드 애호가’다. 한국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가 삼겹살을 먹는 걸 보고 처음 접한 한국 음식은 이제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기차를 타고 왕복 3시간 거리의 런던을 오가기도 한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인마트 ‘더 강남’ 매장에 입장하려는 대기줄이 입구 밖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강남 제공]

K-푸드의 위상이 전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일본, 중국과 같은 아시아 지역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유럽, 미국, 중동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한류의 상징이던 한국 드라마를 넘어 최근 ‘흑백요리사’ 등 예능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영상 속 한국 음식, 식재료 등 식품 전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3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세계 1위에 올랐다.

피터스 씨 또한 틱톡,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요리법이나 재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 한식당, 한인마트를 찾아나서는 외국인 중 한 명이다. 11일 피터스 씨는 헤럴드경제에 “저는 노란색 한국식 단무지와 김치를 좋아한다”면서 “유럽 음식에서는 맛보기 힘든 달콤함과 짭짤한 맛의 한국 음식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이 만든 불고기 사진을 보여주며 “요리를 시도했는데 쉽지는 않았다”고 웃기도 했다. 한국의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음식, 문화까지 좋아하게 된 그는 이제 프랑스 등 타국을 여행할 때도 한식당을 찾는다.

이런 수요가 늘자 한인마트 업계도 미소를 짓고 있다. 기존 교민 중심의 고객들이 현지인 중심으로 체질 자체가 변하고 있어서다. 한인마트 자체를 한국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곳들도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인마트 ‘더 강남’은 K-팝 굿즈, 앨범, 뮤직비디오 영상 등의 요소를 구비해, 마치 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한국에서 유행한 무인 사진관 기계도 갖췄다.

더 강남 관계자는 “고객 대다수는 독일 전역에서 온 10·20대 현지인들”이라며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국경을 넘어서 오는 분들도 있는데 ‘문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연내 해당 도시 2호점을 내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멕시코의 한 편의점에 있는 한국음식코너 모습. [독자 제공]


달라진 분위기는 수출액 증가세에서도 드러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K-푸드 수출액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5만610만달러를 기록한 유럽(27.4%↑)이었다. 그 다음은 미국(20.8%↑)과 걸프협력기구(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14.5%↑)이다. 수출액이 6.9% 감소한 일본과는 비교된다. 아직 수출액 시장의 규모는 아세안이 14억330만달러(약26%)로 가장 높지만 미국 시장의 수출액 증가율은 20.8%로 아세안(5%)보다 4배 넘게 높다.

이런 한국 식품 수출의 호조로 1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달 발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식품 누적 수출액은 73억75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즉석밥, 떡볶이 등이 포함된 쌀가공식품의 수출액은 2억1790만달러로 전년 대비 41.6% 증가해, 지난 한 해 실적을 넘어섰다.

라면 또한 지난해 9월 대비 29.6% 증가한 9억380만달러가 수출됐다. 국가·권역별 라면 누적 수출액은 미국 1억5800만달러(62.5%↑), 중남미 1900만달러(64.4%↑), EU 1억5300만달러(49.8%↑)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대 영국인 캐서린 피터스 씨가 영국에서 스스로 만든 불고기 사진. 피터스 씨는 “불고기를 시도했는데 쉽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본인 제공]


지난달 서울 내 한 롯데하이마트에서 외국인들이 밥솥을 구경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이 같은 K-푸드의 돌풍의 배경으로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꼽힌다. 드라마, 영화, 유튜브 콘텐츠 속에서 알게 된 음식을 실제로 체험하는 이들이 늘면서 한식을 지속적으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올해 1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포레스트 라인하르트 교수, 소퍼트 라이너트 교수 등은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리더십을 향한 여정’ 연구 보고서에서 “K-문화의 세계화로 K-푸드가 함께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고, 한식 시장의 규모까지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삼양라운드스퀘어(불닭볶음면), 농심(신라면) 등 라면 회사를 비롯해 대상, CJ제일제당, 오리온 등 주요 한국 식품기업의 오래된 현지 진출 노력도 빛을 발했다. K-푸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는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소비 및 유통 인프라를 강화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력이 큰 북미, 유럽 국가의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 확산에 있어서 굉장한 호재다. 현지에서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식품에 대한 관심이 다른 영역까지 확산되도록 노력 해야 한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