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걸리는 소재 개발, AI로 시간·비용 줄여…‘사람 전문가’도 같이 성장해야” [헤럴드 기업포럼 2024]
2024-10-15 10:59


최영상 삼성전자 SAIT 마스터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AI기반 소재 개발 가속화 연구’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 소재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의 전체 품질은 향상할 수 있습니다. 삼성 SAIT(옛 종합기술원)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기법과 데이터 기반의 머신러닝 방법, 시뮬레이션 기법 등을 병합해서 소재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최영상 삼성전자 SAIT 마스터는 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재 개발 과정에 AI를 적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소재의 성능을 높이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 SAIT는 삼성에서 가장 먼저 AI를 연구한 조직이다. 지난 2012년부터 음성, 번역 분야를 시작으로 딥러닝 연구를 진행해왔다. 2019년을 기점으로 소재 개발과 반도체 제조로 활용 분야를 확장했다.

이날 ‘AI기반 소재 개발 가속화 연구’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최 마스터는 “연구를 확대하고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 2023년에 드디어 쓸만한 소재를 만들었다”며 “AI를 활용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들어가는 도펀트(dopants)라는, 굉장히 좋은 성능의 물질을 만들었고, 올해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퀀텀닷(QD)을 합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양산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OLED 기술과 TV에 활용되는 퀀텀닷 기술은 전기를 빛으로 변환하는 발광 소재의 혁신이 제품과 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반도체 공정에서도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마스터는 “소재 개발 분야에서의 AI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소재 개발은 일반적으로 10년이 걸리고, 핵심 소재의 경우 30년이 걸리기도 하는 어려운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연구자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일을 줄여줘 창의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영상 삼성전자 SAIT 마스터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AI기반 소재 개발 가속화 연구’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최 마스터는 이날 ‘AI를 통해 가장 최적의 QD 합성 방법’을 찾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AI와 사람이 같이 배우며 발전해 나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QD 물질을 합성하는 레시피를 찾는 과정에서 AI 기술을 적용하니, 3.7배 정도 빠르게 물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발광 빛이 변화하는 효율이나 수율 등 목표 수치를 잘 달성했고, 이 과정을 통해 AI 모델도 발전했지만 동시에 소재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도 함께 발전해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최 마스터는 소비자 제품 개발을 위한 AI 연구와 소재·반도체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매우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음성인식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는 3개월,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것은 6개월이면 끝났지만, 소재에서는 최소한 3~4년이 걸려야 쓸만한 소재가 나온다”며 “AI 연구를 시작하고 결실을 맺을 때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음성·번역을 위한 AI 연구에는 언어학자 등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지만, 소재 분야에서는 경험과 지식을 가진 한 명 한 명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만 좋은 소재를 만들 수 있다”며 “또한 음성의 경우 수천시간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억개의 도메인 데이터가 있지만, 소재 분야에서의 데이터는 굉장히 가난하고 데이터 하나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많다”고 말했다.

소재 분야에서 AI 활용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데이터 부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AI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소재 전문가들이 한 팀이 돼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SAIT는 AI연구팀 내에도 소재와 AI를 둘 다 잘 아는 ‘크로스 도메인’ 전문가들을 채용해서 육성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AI의 활용 전망에 대해 그는 “LLM과 그 안에 녹아있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레시피를 만들거나 물성을 예측할 때 합성 방법을 랭귀지로 표현하는 등 LLM이 소재 개발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AIT는 LLM 기반의 기법과 데이터 머신러닝 방법 시뮬레이션 기법을 같이 병합해서 연구하는 방법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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