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반도체 공정, AI 통해 문제점 미리 발견할 수 있어” [헤럴드 기업포럼 2024]
2024-10-15 11:30


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가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반도체는 공정이 복잡해 완제품 만으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김영한 가우스랩스 대표는 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 적용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가우스랩스는 2020년 SK그룹이 설립한 산업 AI 전문 기업이다. 산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출장에서 가우스랩스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및 통계 석사,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세계적인 석학이다. 2019년 SK하이닉스에서 데이터 과학 관련 업무를 시작했고, 현재 가우스랩스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와 같은 정밀 제조는 수백 혹은 수천 개의 공정으로 이뤄진다”며 “(복잡한 공정으로 인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및 특이점을 최종 제품 만으로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 길게는 6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생산 중간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시간적인 이유로 인해) 전체 웨이퍼 20여장 중 1장만으로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공정 단계마다 장비를 통해 일일이 문제점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공정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만을 얻게 된다”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데 공정에 발생하는 문제를 측정하는 장비가 500억원이나 소요된다”고 말했다.

가우스랩스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22년 AI 기반의 계측 솔루션 ‘판옵테스 VM(Virtual Metrology, 이하 판옵테스)’을 개발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눈이 100개 달린 거인인 판옵테스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판옵테스는 장비에 설치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제조 공정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공정에서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은 I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가 갖고 있는 데이터 센터와 맞먹는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장비를 통해 일일이 생산 과정을 살피지 않더라도 제조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며 “판옵테스는 (데이터를 통해) 스마트 공정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옵테스는 현재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에 도입될 정도로 기술력 측면에서 인정을 받았다. 처음으로 선보인 판옵테스 1.0이 SK하이닉스 일부 생산라인에 도입된 결과 공정 산포(생산된 제품들의 품질 변동 크기)를 약 29% 개선했다. 산포가 줄어들수록 불량 가능성이 줄어드는 만큼 산포 관리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올해 8월 새로이 공개된 판옵테스 2.0은 SK하이닉스 식각 공정에 도입될 예정이다. 판옵테스 2.0은 기존 1.0 제품보다 알고리즘 성능을 강화한 것이다.

김 대표는 “판옵테스는 수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 수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장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 알려주는 등 관리 역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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