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저리 대출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신청액이 종류별로 많게는 500% 이상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금리를 0.25%포인트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한도를 이미 크게 초과해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상황에선 금중대를 이용해도 평균금리와의 차이가 0.1%포인트 가량밖에 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금리인하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17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한은에 요청해 받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지방중소기업지원 금융중개지원대출 신청액은 3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배정액이 5조9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도 대비 신청액 규모가 529.3%에 달한다.
신청액 규모가 한도를 크다 웃돌다보니 지원효과는 사실상 미미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저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면 이를 이용해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형태다. 신청액이 한도를 초과하면 저리 지원 자금을 신청 기업 간에 나눠 먹어야 한다. 금리를 낮춰주는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은행 별로 가산금리까지 붙이니 실질적인 지원 폭은 더 줄었다.
6월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와 금중대 금리를 비교해보면 실상을 알 수 있다. 한은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6월 중소기업 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금리는 4.79%였다. 지방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은 같은 달 4.65%를 기록했다. 금리 차가 아예 없진 않지만 겨우 0.14%포인트다.
▶중기 자금난 심화 속 특별한시지원도 352.9% 한도 초과=문제는 한계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운전자금 등 대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고금리의 지속으로 시중 대출 금리가 오르자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중소기업지원 금중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0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 규모가 지난해 44조2000억원 가량으로 늘어나더니 올해에도 벌써 30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에 비하면 중소기업 수요가 줄어든 것 같지만 아니다. 풍선효과에 의한 착시 성격이 강하다.
한은은 올해 4월부터 한시적으로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실시했다. 이에 일부 중소기업 대출 수요는 특별지원으로 넘어왔다. 지역본부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 특별지원도 4월 정책이 시작된지 약 3개월만에 한도가 다 찬 것으로 확인됐다. 한도가 다 차기 전까진 한은의 지원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었지만, 이후엔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9월 말 기준 현재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신청액은 31조8000억원에 달한다. 배정액은 9조원 뿐으로 신청 규모가 한도의 352.9%에 이르렀다. 해당 금중대의 6월 기준 신규취급액 가중평균 금리는 4.46%였다. 지방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에 비하면 상황이 낫지만, 이 또한 금리 인하 폭이 0.3%포인트 가량에 불과하다.
▶10년째 한도 제자리...금리 인하해도 효과 미미=이에 금중대 금리 인하 효과에도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한은은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금중대 금리도 같이 내렸다. 그러나 이미 한도를 크게 넘긴 상황에선 0.25%포인트 금리 인하 효과를 신청 기업이 나눠 누려야 한다. 실제 지원 금리 인하 폭은 훨씬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 측면에서 보면 기준금리 인하 폭과 금중대 금리 인하 폭이 같다는 문제가 있다. 기준금리 인하 수준만큼 일반적인 은행 대출 금리도 내려간다면 상대적인 금중대 금리 인하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지원 효과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중대 규모를 현실에 맞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중소기업지원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는 2014년 9월부터 지금까지 한도가 5조9000억원으로 고정돼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과거 보다 훨씬 떨어진 상황에서 약 10년 간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다만, 한은은 금중대 정책이 통화당국의 업무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 규모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에서 금중대를 없애자는 견해도 있을 정도로 의견이 굉장히 다른 상황이지만 어려운 상황이라 없애지는 않고 그냥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이나 지역 기업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한도를 늘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이 할 활동을 통화정책으로 한다라는 본원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