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안하는 거야? 못하는 거야?'…5년째 독방에 갇힌 벨루가 '벨라'
2024-10-21 09:26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루가 '벨라'. [롯데월드]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남아있는 벨루가 '벨라'의 독방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롯데월드 측이 방류 약속을 만 5년이 다 되도록 지키지 않고 있어서다.

벨루가는 지능이 높아 자신이 포획돼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한다.

'벨라'는 2012년 러시아 지역 북극해에서 태어나 러시아의 틴로(TINRO) 연구소를 거쳐 이듬해 국내에 반입,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개장한 2014년부터 전시됐다. 당시에는 '벨라' 외에 '벨로'와 '벨리' 등 다른 벨루가들도 함께 있었다. 그러나 벨로는 2016년 4월, 벨리는 2019년 10월 패혈증으로 각각 죽었다.

이들의 건강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이명증과 우울증이 지목됐다. 벨루가는 소통하거나 사물을 인식할 때 초음파를 사용하는데, 수조에 갇힌 돌고래는 하루 종일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음에 노출된다.

친구들이 잇따라 죽자 롯데월드는 2019년 10월 24일 홀로 남은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고정락 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증인 출석해 "해외사와 2026년까지는 방류해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벨라 방류가 지연되는 이유는 적합한 고래 바다쉼터(whale sanctuary)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아이슬란드에 있는 바다쉼터로 벨라를 보내려 했지만, 운영사 측 사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고래 바다쉼터에는 2019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이송된 벨루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머무르고 있어 추가로 벨루가를 수용할 여력에 의문이 생겼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에 "시설 내 환경조성 문제로 (벨라 방류가) 다소 순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르웨이와 캐나다에 있는 고래 바다쉼터와도 (벨라 방류를) 논의 중"이라며 "노르웨이 고래 바다쉼터엔 '시설과 인적자원 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이전 추진 의향서를 보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좁은 수족관에 사는 것보다 북극해로 이동하는 과정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시간 비행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벨라가 쇼크사할 가능성이 있고, 이미 10년간 수족관에서 지낸 벨라가 야생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극해에서 잡아 수족관으로 보낼 수 있었다면, 반대로 수족관에서 북극해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반박했다.

조 공동대표는 "물론 이송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송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1년에 100마리 정도가 러시아에서 중국 등 다양한 국가로 이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방류를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며 "벨루가 방류를 위한 시민사회와의 논의 테이블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롯데월드가 해외사와 2026년까지 방류 논의를 하고 있다면 2년 가량의 시간이 남은 만큼 이제라도 벨라의 거주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20m 정도, 깊게는 500m 이상 잠수하는 벨루가에게 7.5m 깊이의 수조는 '수족관이 아닌 관'이라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지적해왔다.

다만 롯데월드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지침 중 고래류 사육환경 기준은 수조 길이 7.32m에 수심 1.8m"라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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