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15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해 현재까지 총 3000여명의 병력이 러시아로 이동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23일 밝혔다. 북한 내부에서 군 가족들을 중심으로 파병 소식이 확산되면서 당국이 내부 통제에 나섰고, 러시아는 파견된 북한 군인들에게 무인기 등 특수교육을 실시하는 동향도 포착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이날 조태용 국정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고 북한군 러시아 파병 동향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재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적으로 1500여명을 더 파견한 것으로 보여 이제까지 러시아에 이동된 총 (병력) 규모는 약 3000여명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북러 간 계획한 약 1만여명의 파병은 12월경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고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전했다.

기존에 파병된 북한군 1500여명은 최정예 특수작전군인 ‘폭풍군단’이 주전력으로, 현재 러시아 다수 훈련시설에서 분산돼 현지 적응 중인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 러시아는 파병된 북한군인들이 체력과 사기는 우수하나 드론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한국어 통역자원을 대규모로 선발하고 있다는 동향이 확인되고 있으며, 북한군에게 군사장비 사용법은 물론, 무인기 조종 등 특수교육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고 이성권 국민의힘 간사가 전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군 파병 소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간사는 “최근 북한 내부에서도 북한군 파병을 입증하는 동향이 입수되고 있다고 한다”며 “당국은 관련 사실을 일절 외부에 알리고 있지 않지만 파병 개시 이후 주민들간에 ‘폭풍군단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사실이 유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발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철저한 입단속과 함께 파병 군인 가족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이주 격리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러는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이후 파병에 대해 논의했다. 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사실관계 확인을 유보하고 있고, 북한이 ‘근거없는 유언비어’라며 파병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국정원은 첩보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정원은 러시아 국방장관이었던 세르게이 쇼이구 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지난 9월 평양을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이후 파병에 대한 절차 논의가 개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후 북한 미사일 개발총책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현지 지도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관련 증거들이 확인됐다.

정보위원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 병력을 보낸 배경에 대해 북러 군사동맹의 고착화, 유사시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개입 유도, 경제난 돌파구, 군 현대화 가속 등을 두고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