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접경 지역에 사는 딸·아들의 엄마 A씨가 무릎을 꿇은 채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리 애들 좀 살려주세요”

북한 대남방송으로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접경 지역 주민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제발 도와달라”며 무릎 꿇고 호소했다.

지난 24일 국방위 국감장에는 인천 강화군 지역 주민들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소개한 주민 A씨는 “방송 소음으로 인해서 저희 일상은 무너졌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잠을 못 자고 힘들어하니까 입에 구내염이 생기고, 아들은 새벽 3~4시까지도 잠을 못 자고 그런 상황”이라며 “여기 계신 국방위원장님이나 손자분 손녀분 자녀분이 '엄마 나 이 방송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무서워요. 잠을 못 자겠어요' 이러면 어떻게 얘기를 해 주시겠냐”고 했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접경 지역에 사는 딸·아들의 엄마 A씨가 무릎을 꿇은 채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A씨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MBC 갈무리]

발언 중 감정이 격해진 A씨는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뒤 “이렇게 무릎 꿇고 진짜 싹싹 빌게요. 정말 저희 애들이, 부탁드릴게요. 정말!”이라고 말하며 오열을 터트렸다.

60년간 강화에서 살았다는 주민 B씨는 “이전에도 대남방송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때는 밤에는 틀어 주지 않았다. 지금은 밤에도 튼다”며 “새벽 3시쯤 방송소리에 잠을 깨서 참다 참다 못하면 새벽 4시에 나가서 녹음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평양에 드론 전단이 떨어진 이후로 (방송 소음이)3배는 더 커졌다”고 했다.

격려 차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있는 자리에서 A씨는 “잘하겠다고 말씀만 해주시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엄마 입장에서 아이들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너무 힘들다. 정말 간절하다”며 호소했다.

B씨는 “김포, 연천, 파주는 위험구역으로 선정됐는데 강화는 왜 여기에서 빠졌는지 이해가 안간다”고도 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15일 파주시·연천군·김포 시내 11곳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경기도는 위험구역으로 설정된 지역에 특별사법경찰단을 투입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부터 북한은 경기 파주, 강화 등 접경 지역을 향해 밤낮 없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틀고 있다. 귀신 소리, 여성 웃음소리, 여우‧들개‧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 쇠뭉치를 긁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괴소음이 송출된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