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상림숲
만산홍엽(滿山紅葉)이 전부가 아니다. 천연기념물 함양 상림은 단풍의 멋, 천년의 지혜, 세계 희귀 식물들, 세계문화유산 남계서원을 모두 품은 가을 토털 힐링 명소이다.
상림은 10세기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봉직하면서 홍수를 막기 위해 남계서원 서쪽에 둑을 쌓아 물길을 돌린 뒤 조성한 최고(最古)의 인공림이다.
120여종 2만여그루가 1.6㎞의 제방을 따라 자란다. 1200년전 백성을 위해 지혜를 발휘한 역사(役事)인데, 아직도 숲과 습지가 조화롭게, 별 탈 없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나 이곳의 빅토리아 수련은 아기를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데, 그 명성은 신라 때부터 시작됐다. 상림은 이처럼 긴 세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거듭하며 사람들의 휴식처가 됐다.
단풍이 곱게 든 상림 숲 옆 습지엔 몇 해 전 심어진 호주 수련, 빅토리아 수련, 핑크레오파드스, 불스아이 등으로 더욱 다채로워졌다. 모두 제 집인 양, 잘 자란다. 습지 사이 구름 다리와 돌길은 2030세대 커플의 포토 포인트이다.
상림 단풍숲과 습지 정원의 미학 속에 그간의 피로를 녹여버리고, 청룡의 해, 열심히 달려온 나를 칭찬해주자.
때마침 11월 한달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관광공사 주관 ‘2024 여행가는 가을’의 여행지로 선정돼 혜택도 많다. 한국관광공사는 11월 추천여행지 테마를 ‘낙엽 밟으며 걷는 길’로 정했다.
‘국내 최고(最古) 인공림’ 상림에서 즐기는 단풍
상림에는 잎이 넓고 키가 큰 개서어나무와 품이 넓은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1.6㎞의 산책길 사이사이 심어져 있다. 초가을 붉은 꽃무릇이 장관을 이루더니, 가을이 깊어가자 나무에 매달린 단풍과 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상림을 온통 빨강, 노랑으로 채색한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가 합쳐진 이종 연리목이 독특하다. 숲으로 들어서는 곳에 함화루가 있고 함양 최치원 신도비도 볼 수 있다. 숲 주변으로 공연 무대와 음악분수, 함양의 특산물인 산삼을 주제로 한 전시관 등 다채로운 시설들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다. 조선 시대 성리학자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 있는 개평한옥마을은 100년이 넘은 고택 60여 채가 모여 있어, 옛 정취를 느끼며 거닐고 정담을 나누기에 좋다.
늦가을에도 그리 쌀쌀하지 않은 이곳에서 거연정 등 화림동 계곡 소재 수많은 룸펜 인텔리 선비들의 누각살롱 탐방을 빼놓을 수 없다. 함양대봉산휴양밸리는 5코스의 스릴 넘치는 집라인과 산 정상까지 오르는 모노레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고의 숲, 포천 국립수목원
5060세대는 젊은 날, 광릉수목원에 추억 하나쯤 다 있을 정도로 명소였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숲, 포천 국립수목원은 동쪽에 운악산, 서쪽에 용암산을 두고 그 사이 11.24㎢ 산속 부지에 조성돼 있다.
수목원의 가을은 여왕의 계절이다. 숲생태관찰로와 휴게광장, 육림호 주변, 전나무숲길 등 국립수목원 남쪽 산책로, 수목원교를 지나 데크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숲생태관찰로에서 여왕 같은 국립수목원의 가을 진면목을 발견한다.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나오는 전나무 숲길에서는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삼림욕을 경험한다. 휴게광장에서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 연인들의 모습이 정겹다.
수목원에서 도보로 10분만 걸으면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힌 광릉이 있다. 다시 차로 10여 분 이동하면 고모저수지가 나온다. 고모저수지 풍경을 감상하고 ‘내 마음은 호수요’라고 읊조리며 차 한 잔 마시 좋은 카페와 허기를 채울 식당이 주변에 많다.
평창 오대산 밀브릿지
평창에 만나는 선재길·밀브릿지·실버벨교회
선재길로 유명한 오대산에서 요즘 밀브릿지와 실버벨교회가 뜨고 있다. 선재길 하이킹은 대체로 월정사 일주문에서 상원사까지 10㎞ 가량 이어지는데, 길이 평탄해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를 지나면, 선재길 본 구간이 시작된다.
약 9㎞의 본 코스는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길 등 역사를 품은 5개 테마 구간으로 이뤄진다. 선재길과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곳곳에 있어 완주하기 힘들다면 중간에 시내버스로 이동하면 된다.
방아다리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릿지는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경을 가미한 곳으로 멋진 풍경들을 곳곳에 마련해놓았다. 산책로, 숙소, 카페, 갤러리, 방아다리약수가 있다.
삼양라운드힐(전 삼양목장) 안에 있는 실버벨교회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축물이다. 교회가 자리한 삼양라운드힐 역시 드넓은 초지와 젖소, 양 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올림픽 빌리지 횡계의 오삼불고기 거리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으로,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장태산에선 메타세쿼이아의 위엄을...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가 주인공이다. 메타세쿼이아는 무리진 침엽에 붉은 단풍이 들고 낙엽 또한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 바닥 위에 얕고 넓게 흩어진다.
장태산에 처음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고(故) 임창봉 씨다. 이를 대전광역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나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다.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다. 그 끝에는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가 방점을 찍는다. 타워 정상부에서는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의 우듬지와 눈을 맞춘다.
스카이웨이에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 다정한 풍경의 생태연못 등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이다.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즐길 수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단풍은 활엽수 단풍이 질 무렵에 뒤늦게 든다.
대전 여행의 출발은 배낭 보관서비스(무료) 등을 제공하는 대전트래블라운지가 제격이다. 한밭수목원에서는 활엽 단풍과 낙엽을,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고암 이응노의 추상과 로랑 보두엥의 건축을 동시에 감상한다.
나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나주의 가을은 빛가람 치유의 숲에서 느낀다
전남산림연구원 내에는 ‘빛가람 치유의 숲’이 조성돼 있다. 이 숲은 연구 목적으로 만든 시험림으로, 현재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무려 1000여 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가을을 맞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화려한 색으로 단장한 채 방문객을 맞는다.
이곳에는 연구원이 운영하는 산림치유센터가 있다. 각종 건강 측정 장비, 아로마 테라피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가성비 높은 만원의 행복이다. 산책하는 동안 숲 해설도 해준다.
나주의 가을은 빛가람호수공원에서도 만난다. 빛가람혁신도시와 함께 조성된 이 공원은 인공호수, 베메산 등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가을철 단풍 구경을 쉽게 즐긴다.
반남 고분군에 자리한 국립나주박물관에서 나주 역사의 뿌리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나주 헤리티지의 랜드마크 금성관은 고려 왕이 제2의 수도처럼 아끼며 월대까지 만들어 둔 중요 국가유산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기상, 보수 등으로 단기 휴무를 할 수 있어 방문 전 개방여부·개방시간·관람방법 등 정보를 지자체 누리집, 관광안내소 등을 통해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