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휴학 승인·의협 지도부 교체…양측 변화 기류에 의정갈등 ‘출구전략’ 마련되나
2024-10-30 09:05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평행선을 달려왔던 양측 입장에 변화 기류가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의대생이 내년 복귀를 전제로 해야만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고 해왔으나 ‘자율 승인’으로 한발 물러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부에서는 의대증원 백지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던 임현택 회장 탄핵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의료공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소극적인 의료계 참여에 변화가 생길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한발 물러선 교육부…의협 “올바른 판단”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를 대학들이 ‘자율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당초 휴학 자체를 받아주지 말라고 주문했으나,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집단 승인한 이후 내년 복귀를 전제로만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의료계에 별다른 입장 변화 기미가 없자 재차 철회한 것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의대 증원을 앞둔 대학들 역시 앞서 이 부총리에 의료계와 같은 요구를 보낸 바 있다.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지난 28일 교육부에 건의문을 보내 “의대생들의 휴학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 승인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대생들은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으로 휴학계를 낸 뒤,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대학에선 이들을 휴학 처리할지, 혹은 유급시킬지를 이달 말까지 정한다.

교육부는 입장에선 ‘집단유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는 것이 가장 급한 과제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우선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 등 대화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전날 교육부 총장 간담회 직후 입장문을 내고 “많이 늦었지만 올바른 판단”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강경파’ 임현택 탄핵 기로…의협도 기류 바뀌나

의료계 대표 단체이자 의대 증원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해온 의협도 변화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의협 수장 임현택 회장이 연이은 막말 논란 등으로 탄핵 위기에 놓이면서다.

의협은 내달 10일 열리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임 회장 탄핵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협 대의원회에 따르면 앞서 진행한 내부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에 응답한 1982명 중 85.2%가 임 회장 ‘불신임’에 찬성했다. 임 회장은 자신을 비방한 시도의사회 임원에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등 거듭된 실책으로 내부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계에선 의협 ‘임현택 체제’가 바뀌면 전공의 단체와의 분열부터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임 회장을 겨냥해 “사직한 전공의 한 명을 앞세워 현 사태와 혼선과 분란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일단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던 것을 두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 위해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주된 입장이다.

관건은 여야의정 협의체…의료계 참여 설득해야

정부와 의료계 기류 변화의 관건은 결국 여야의정 협의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논의를 낼 수 있느냐다.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은 이르면 이번주로 예상되는데, 의료계 참여 정도가 아직 미지수다. 앞서 국민의힘은 15개 의료계 단체 및 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의료계 공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다. 이중에선 KAMC와 대한의학회 2곳만 참여를 확정한 상태다.

다만 의료공백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 참여가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교육부가 휴학 자율 승인 방침으로 의료계에 손을 내밀었지만 전공의 측이 의대 증원 ‘백지화’를 계속해서 고수한다면 의견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단 위원장은 지난 28일 “2025년과 2026년. 정상적인 대학 입시가 가능할까”라며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얼마나 심각한 파문을 일으킬지 자세히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협의체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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