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환율이 약 한 달만에 80원 가량이나 오르면서 수입물가도 덩달아 뛸 전망이다.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입품 가격 전반이 되레 오르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중동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불안도 안심하기 어렵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9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386.5원을 기록했다. 9월말엔 주간거래 종가가 1307.8월에 불과했다. 약 30일만에 환율이 78.7원 올랐다.
환율이 크게 뛰면 수입물가에 미치는 압력도 커진다. 수입물가를 구성하는 요소는 많지만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환율과 국제유가, 두 개다.
지난주까지 평균 환율은 9월 대비 1.6% 가량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이 뛰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많은 수입품목의 가격 자체가 상방압력을 받게 된다. 환율 상승분 대부분이 그대로 수입물가에 녹아든다는 소리다. 이번주 들어 환율 상승 움직임이 더 거세졌단 점을 감안하면 이 압력은 최근 더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안심하기가 어렵다. 환율은 상방이 열려 1400원대가 위험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일본 정치 불안과 엔화 약세로 인한 원화 동조 ▷중동 불안 심화가 불러오는 안전자산(달러) 선호 등 불안 요인이 즐비하다.
여기에 북한 파병 등으로 우리나라 기저에 깔린 안보 리스크 요인이 부각되면 원화 약세 현상은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유가도 안정된 상황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 지난주까지 두바이유 평균 유가는 9월과 비교해 2.6% 가량 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긴 하지만, 수입물가지수가 전월대비 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 자체도 일단 수입물가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추가적인 오름세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난 26일 행해진 이스라엘의 대이란 보복은 군사시설만 표적으로 삼아 유가에 큰 변동성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앞으로 전개양상이 어떻게 될진 예측하기 어렵다. 석유시설이 타격 받는다면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
수입물가지수는 앞서 9월까지 2.2% 떨어지며 8월(-3.5%)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때 하향 안정을 견인한 요인이 환율(8월 1354.15원 → 9월 1334.82원)과 유가(두바이유 8월 77.60달러 → 9월 73.52달러)였다. 그런데 환율과 유가가 모두 상방요인으로 돌아서면서 다시 오름세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수입물가 상승이 곧장 헤드라인(소비자물가·CPI) 물가를 크게 움직이진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안정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는 그 수위를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기 때문에 수입물가와 지수 자체가 구조적으로 다르다. 국제유가가 단기간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낮다.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로 높아 기저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 관계자는 “전월과 비교하면 환율과 유가가 모두 올랐다”면서도 “유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아직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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