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부정거래의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엔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비롯해 심사·조사·검사·감리 등 금감원이 지닌 법령상 권한도 최대한 활용해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자기주식 공개매수 이후 곧장 유상증자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부정거래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 대해 “만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 빠진 것”이라며 “당장 고의로 이 같은 행위를 했다 단정할 수 없지만 의도성에 대해 따져볼 문제”라고 짚었다.
전날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발행 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한 확보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이중 2조3000억원이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쓰인다.
고려아연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직후인 전날 하한가로 급락한 바 있다. 31일 코스피 시장에서도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23.22% 하락한 83만원까지 내려 앉기도 한 가운데, 전 거래일 대비 7.68%(8만3000원) 하락한 99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주당 100만원 아래로 내려 앉은 것이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실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제출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개매수 기간에 대규모 신주 발행이라는 중요사항을 진행하면서 이를 공개매수 관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선 공개매수신고서의 중요사항 허위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에 해당할 경우, 감독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과징금 부과는 물론이고 공개매수신고서에 중요사항을 기재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자에 대한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도 가능하다.
함 부원장은 “특히 공개 매수 기관 중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볼 것”이라며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생각하면 갑자기 대량의 유상증자 소식을 접한 것”이라며 “부정거래나 공개매수 허위 기재 등의 문제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 당국이 위법을 확정하고 처벌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관심사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규명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관련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에 따라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이뤄지고, 동시에 증선위 제재 내지 수사기관 이첩이라는 두 가지 경로로 사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함 부원장은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과정에서 직원이 본연의 목적과 관계없는 장내 선물매매로 1357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낸 사건에 대해선 “개인적 일탈이란 점은 이미 분명한 가운데, 조직적인 문제 역시 상당히 크다”고 강력 처벌을 예고했다.
그동안의 조사에 따라 추가 금액 등 대략적인 손실 규모에 대한 파악은 충분한 상황이지만,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이 되는 상황인 만큼 최종 결론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함 부원장의 설명이다.
함 부원장은 “리스크 또는 컴플라이언스 쪽에서 제어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수평적으로도 통제가 안 된 것”이라며 “어느 회사에 있어서 수직적 통제와 수평적 통제가 동시에 일어난다면 이건 회사의 치명적인 설계 운용상 문제점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이 신한투자증권만의 문제인가 전반적인 금융투자산업 전반의 문제인가는 따져볼 문제”라면서도 “신한투자증권은 두 가지 다 심대한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특히 “위계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부정 거래 성립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의 구속 요건을 다 구성하고 (금감원이) 다 입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불법으로 보고 처리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두산그룹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에 대해 함 부원장은 “현금흐름 할인법 등 특정한 방법을 따르도록 지정할 수는 없다”며 “합병가액 산정 방식 문제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추가 외부평가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선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했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30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분할 합병 관련 자진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정정 신고서에는 기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이외의 외부평가기관을 새로 선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두산그룹은 로보틱스와 밥캣을 합병하겠다는 지배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소액주주 반발과 금감원의 두 차례 신고서 정정 요구에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