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1월부터 캐나다 오로라 여행의 대목이 시작된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북위 62도인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광공해가 적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이다. 그런데, 옐로나이프가 전부는 아니다.
북위 51~52도인 알버타 주 로키산맥 자락의 집이나 호텔에서도 보고, 저녁 먹고 숙소로 귀환하던 한국인 여행자도, 밴프국립공원에 내년 개봉할 드라마 촬영을 왔던 김선호-고윤정 배우도, 마구 마구 보는, 이른 바 ‘가정식 오로라’가 예상치 못한 큰 감동을 안긴다.
캐나다 알버타주 밴프 다운타운의 밤. 지난 10월 8일 밴프 카누호텔 발코니에서 본 오로라. 알버타주에 머무는 닷새 동안, 7, 8일엔 밴프에서, 10일엔 캘거리에서 오로라가 관측됐다.
캐나다 알버타주 로키산 자락의 아침. 여명이 밝아오면 서쪽 산 꼭대기들이 동쪽 햇빛을 받아 빨강,노랑으로 물든다.
밴프 국립공원의 낮. 알버타주 레이크루이스 지역의 모레인 호수
아침엔 서쪽 산맥 봉우리들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 반사의 장관을 보고, 낮엔 모레인호수, 라치밸리, 사스카츄완 빙하 등 로키 대자연을 마주 대하며 스위스-노르웨이 몇 배의 장관을 감상한 뒤 숙소로 귀환해서, 발코니에 앉아 맥주 한 잔 하다가 오로라까지 보니, 가슴에 꽉 차오르는 감동은 이루 형언하기 조차 어렵다.
어두운 밤하늘에 물결치듯 유영하는 오로라는 숭고한 기분 마저 들게 한다. 10월엔 물결 칠 정도의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11월 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유콘, 옐로나이프 뿐 만 아니라 북위 50도에서 조차 쉽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캐나다는 오로라 대 풍년기이다. 11년 주기로 반복되는 태양 활동 극대기이기 때문이다. 한국탐방단이 북위 51도의 밴프국립공원-캘거리에 머물던 10월 초중순 닷새 동안 사흘 오로라를 관측했고, 이 기간 어느날은 캐나다 전역과 미국 북부 일부 지역까지 오로라 관측 예보가 뜨기도 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대전입자(플라스마)의 일부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분자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현상으로, 라틴어로는 새벽이라는 뜻이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신 아우로라(Aurora)에서 이같은 현상의 공식명칭이 정해졌다.
오로라 관측 최대 대목의 필요조건은 광공해 제로(0)과 태양활동의 활성, 맑은 날씨, 대기오염 제로이다.
옐로나이프 백 베이(Back Bay) 인근 '썬독 트레이딩 포스트Sundog Trading Post' 카페 지붕위의 오로라(11월)
알버타주 밴프 다운타운 카누 호텔 지붕위에 찾아온 오로라(10월) 객실불빛 등 광공해 있음에도 잘 관측됐다. [현지 가이드 권도의씨 촬영]
북위 60도 대 유콘이나 옐로나이프에선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춤추는 푸른 오로라의 향연을 본다. 한국인 탐방단이 10월에 본 것은 북위 50도 대 캘거리, 밴프국립공원 하늘 위에 푸른빛을 쏘며 은은하게 별밤을 감싼 모습이었다.
아직 밴프에서 춤추는 오로라를 보았다는 전언을 듣지 못했지만, 올 겨울은 기상학 상, 대목 중의 대목이라서, 어쩌면 카나나스키스, 캔모어, 밴프, 레이크루이스, 재스퍼에서도 옐로나이프 같은 오로라가 출현할지도 모르겠다.
밴프 국립공원 첫날 트레일 마친 지난 10월7일 밴프 다운타운에서 저녁식사를 마친뒤 이곳 와인을 한잔 들이키고 있는데, 먼저 숙소로 향하던 동료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로라 보았다고.
“여기 옐로나이프 아닌데”라면서 의심스럼 어투로 답하고는, 술집에 있던 한국인 일행은 일제히 뛰어나갔다. 도시의 가로등, 신호등, 빌딩 불빛 때문에 확연하지는 않았지만 북쪽하늘에 푸른 기운이 감돌았고, 폰카 야간 모드로 수전증을 이겨가며 촬영한 결과 오로라의 푸른빛이 하늘 복판으로 치솟고 있었다.
때마침 내년 넷플릭스에 공개될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주연배우 고윤정(차무희 역)도 캐나다 로케 촬영을 왔다가 지난 10월 7일에, 고윤정의 극중 파트너가 될 김선호(주호진 역)는 지난 10월 8일에, 각각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오로라 목격담을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이 드라마의 촬영은 내년 초, 캐나다와 유럽 등에서 마무리 된다.
배우 김선호의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밴프의 오로라 풍경
로키산맥 밴프가 주촬영지가 된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의 대자연이 드라마 화면을 장식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로라 여행을 과거에 가본 사람들은 “오로라를 만나기 쉽지 않아, ‘헌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 적이 있다. ‘헌팅’은 오로라가 발생하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다양한 지역을 배경 삼아 오로라 경관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밴프 다운타운과 캘거리 도심공원에서 쉽게 접하기 때문에 헌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밴프(Banff) 국립공원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로키를 보면 위대한 대자연의 미학을 새삼 발견하고 기쁨이 배가된다. 로키는 슬픔도 묻어주는 신비한 가졌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서울의 11배에 달하는 밴프 내셔널 파크는 캐나다 알버타주 로키산자락에 있으며 1885년 캐나다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남으로 캔모어-카나나스키스 일대 로히드 주립공원이 동쪽으로 캐스케이스산맥, 요호국립공원이, 북으로는 재스퍼국립공원이 있다. 서쪽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닿아있다. 캘거리 동계올림픽때 캔모어, 밴프 일대에서 일부 종목이 열렸다. 캘거리 도심에서 서쪽으로 110-180km 일대에 포진해 있다. 2000-3000m 고봉들, 수많은 빙하와 빙원, 보우강을 포함해 6641㎢에 달한다. 밴프 국립공원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는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에서 뻗어 북쪽의 재스퍼 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까지 연결된다.
캐나다 로키자락 밴프국립공원 초겨울 풍경
밴프 다운타운 인근 밴프 어퍼 핫스프링스 온천
카나나스키스 컨트리의 ‘캔모어 노르딕센터 주립공원’ 중 클라시 호수
‘스위스의 100배’라는 로키 탐험대 스위스 전문가들의 감탄이 유럽에 퍼지면서, 유럽의 부호들은 말을 배에 태우고 와서 ‘밴프 스프링스’에 여장을 푼 다음, 이곳의 비경을 수개월~수년간 즐기고, 골프와 하이킹, 미식을 체험하며 럭셔리 여행을 했다. 로키 트레킹을 마치면 그날 저녁 온천을 즐겼다.
밴프의 동남아 고대신전을 닮은 캐슬마운틴 등을 낀 파커릿지, 노랑 자작나무, 낙엽송 군락지 뒤 마테호른 닮은 2000m대 10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친 라치밸리를 탐험하고 하산한 한국인들은 오로라까지 구경하는 행운을 얻게되자, “밴프-캔모어에 와서 아이슬란드, 앙코르와트, 스위스, 일본 나가노 알펜루트 까지 봤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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