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국내 뷰티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북미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면세업과 중국 사업 부진을 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K-뷰티 돌풍으로 메꾸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되 K-뷰티 흐름을 이어나기 위해 후속 브랜드의 안착이 필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분기 매출 1조681억원, 영업이익 75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공신은 코스알엑스를 필두로 한 해외 사업이다. 미주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매출이 각각 2011억원(108%↑), 545억원(339%↑)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편입된 코스알엑스의 매출이 3분기 실적에 온전히 반영됐다.
반면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500억원(34%↓)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 축소와 구조조정, 불경기의 여파가 컸다. 국내 주요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매출·영업이익의 동반 하락까지 겹쳤다. 하지만 기타·아시아 부문 매출이 455억원(52%) 증가하며 실적의 상당 부분을 상쇄했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06억원(2.9%↓), 114억원(42.8%↑)이었다. ‘더후’ 브랜드의 중국 온라인 매출이 성장했지만, 전체 매출 비중의 26%를 차지하는 면세 채널의 부진을 막지 못했다. 대신 국내 온라인·H&B(헬스앤뷰티숍) 채널 성장 속 해외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며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7월 아모레퍼시픽 라네즈가 미국 뉴욕 셰포라 매장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아모레퍼시픽 제공]
국내 주요 뷰티 기업들은 북미 등 서구권에 특화한 브랜드를 키우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재편 중이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인지도를 쌓는 인디브랜드의 기획력에 대기업의 유통망과 시너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성과는 업체별로 다르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4월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이본’, 2020년 5월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 2022년 미국 화장품 회사 ‘더크렘샵’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K-뷰티의 돌풍 속에서 현지 브랜드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지난해 매출액 4862억원을 기록한 코스알엑스는 한국 인디화장품 브랜드에서 출발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이 둔화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 가운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알엑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미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마존에서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LG생활건강이 미국에서 키우고 있는 자사 브랜드. [LG생활건강 제공]
업계 역시 K-뷰티 브랜드 간 경쟁이 앞으로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랜드 인수전과 마케팅 방향성이 중첩되는 사례가 많아서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8월 해외 사업 강화를 목표로 인디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했다. ‘조선미녀’로 유명한 구다이글로벌은 올해 라카, 티르티르 등을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특화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4분기 이후 실적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들리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기존 브랜드의 북미 전용 상품을 강화하는 노력은 진행형이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향에 민감한 북미 시장 특성 반영하여 ‘립세린’ 신제품을 출시하고,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틱톡 마케팅을 확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에 힘을 주고 있다. 현지 뷰티 채널인 셰포라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영국 온라인 플랫폼(ASOS) 신규 진출이 이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인디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이 현지화와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M&A(인수합병)를 활용해 북미 시장에 대한 입지를 강화하는 행보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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