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올해 1~9월 수입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규모가 작년보다 12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는 챗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올해 들어 대만이 수입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규모가 작년보다 12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로 풀이된다. 그만큼 대만으로 건너간 한국산, 특히 SK하이닉스의 HBM 물량이 상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대만 경제부가 펴낸 국제무역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대만이 수입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규모는 122억달러(약 16조8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4.2% 증가한 수치다. 대만이 이 기간 수입한 메모리 반도체 중 한국산 비중은 절반에 육박하는 44.7%를 차지했다.
대만은 한국산 다음으로 중국산 메모리를 많이 수입했다. 다만 한국산 메모리 수입 규모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1~9월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은 59억달러(약 8조1400억원)로, 전체의 21.7% 수준이다.
대만 신주과학공업원구 내에 위치한 TSMC 박물관. [게티이미지]
대만의 한국산 메모리 수입이 급증한 배경으로 HBM이 지목된다.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을 넘겨받아 이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결합하는 패키징 공정을 담당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AI 가속기를 발주사인 엔비디아에 전달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을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대만의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입 증가 역시 SK하이닉스의 ‘HBM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챗GPT 등장 이후 AI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사겠다는 각 기업들의 주문이 쇄도하는 중이다. 덩달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의 인기도 올라갔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로, 엔비디아의 GPU 옆에 붙어 연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D램보다 3~5배 이상 가격이 비싼 고부가 제품이다. 일반 D램 5개를 파는 것보다 HBM 하나를 파는 것이 이득인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올 9월 세계 최초로 양산한 HBM3E 12단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범용(레거시) 메모리를 대량으로 찍어 쏟아내 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기술 난이도가 높은 HBM으로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HBM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0% 성장할 만큼 HBM의 매출 기여도는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30%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40%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HBM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범용 제품의 생산 비중을 빠르게 줄이고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하고 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지난달 24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우려와 달리 AI향 제품의 수요는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고, 고객사의 추가적인 공급 요청도 있다”며 “앞으로 컴퓨팅 파워의 요구량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HBM의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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