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자연분만 한 아이 보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신생아를 첫 수유할 때 엄마의 대변을 소량 섞여 먹이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rue) 등에 따르면 핀란드 헬싱키 대학병원 감염병 전문가들은 엄마의 대변을 모유나 우유에 섞어 만든 이른바 ‘대변 밀크세이크’를 제왕절개 여성과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열린 미국감염병학회(IDSA) 회의에서다.
핀란드 건강보건복지연구소의 공중보건 부문 책임자인 오토 헬브 박사팀은 헬싱키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예정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54명은 대변에서 유해 병원균이 발견되거나 기타 이유로 실험 초기에 제외됐다. 대변에서 유해 병원균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만 피실험군으로 선정했다.
연구팀은 제왕절개로 아기를 출산한 여성의 대변 3.5㎎을 우유에 섞은 뒤 아기가 첫 수유를 할 때 제공했다. 아기 15명에게는 ‘대변 밀크셰이크’를, 다른 16명은 위약(심리적 효과를 유도하는 가짜 약)을 먹였다.
그 결과 두 피실험군 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현저하게 차이 났다.
연구팀은 “이후 아기들의 대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막 태어났을 때 두 그룹의 미생물 다양성은 비슷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소량의 대변을 먹은 아기들과 그렇지 않은 아기들 사이에서 큰 차이가 관찰됐다”며 “이러한 차이는 아기들이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생후 6개월까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에 비해 천식, 소화계 염증, 면역 체계와 관련된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이 엄마의 질과 장의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비교해 장내 세균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가 끝난 건 아니다. 현재도 실험이 계속되고 있으며 연구팀은 총 2년 동안 아기들의 건강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또한 일반 가정에서 이 방법을 절대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병원에서는 엄마들의 대변에서 신생아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균 등을 철저히 검사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웰컴 생거 연구소의 미생물학자 얀 샤오 박사는 “엄마의 대변 미생물 이식이 제왕절개 아기의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놀랍지 않다”며 이 연구가 자연분만 아기들의 장내 미생물과 직접 비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변 밀크셰이크를 먹이면 실제 자연분만 아기들과 유사한 양의 마이크로바이옴이 형성되는 지를 살펴야한다는 지적이다.
샤오 박사는 “아기들의 장에서 잘 번식하고 균형 잡힌 미생물 생태계를 이룰 엄마의 특정한 장내 미생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다음 단계”라며 “엄마의 대변에서 알 수 없는 미생물을 쓰는 것보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종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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