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인 김희선 작가. [뉴시스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소설가의 의무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수상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 같아 용기를 더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희선(52) 작가는 5일 “최대한 목소리가 작거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게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수상으로) 용기를 얻어 그들의 목소리를 왜곡되지 않게 옮겨쓸 수 있는 작가의 길을 가고 싶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대산문화재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소설 부문 김희선의 '247의 모든 것' 외에도 ▷강은교 시인의 '미래슈펴 옆 환상가게'(시 부문) ▷서영채 평론가의 '우정의 정원'(평론 부문)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살라망카대 교수의 '저주토끼(CONEJO MALDITO)' 스페인어판(번역 부문) 등이 선정됐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작품 '소나무'를 수여한다. 또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 사업을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에 소개된다.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은교 시인(왼쪽부터), 김희선 작가, 서영채 평론가가. [연합]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희선 작가의 '247의 모든 것'은 대규모 감염병을 막기 위해 철저한 시스템이 구축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변종 '니파 바이러스'의 247번 확진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심사위원들은 "상상력을 역동적으로 펼친 흥미로운 작품"이라며 “여전히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김희선은 강원 원주 종합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하면서 집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근무했던 요양병원에서 "어쩌다 보게 된 병실 안에서 늙고 병들어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을 봤다”며 "할 말 있는 듯 보이다가 잠 속으로 빠져드는 그들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고 말했다. 찰라의 순간이었지만, 그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됐다.

시 부문 수장작으로 선정된 강은교 시인의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는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의 고달프고 쓸쓸한 삶에 숨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은교 시인은 "지난 여름 시집을 내고서 더는 시집을 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엉엉 울었다"고 털어놓으며 “대산의 결정이 저를 문학적으로 살렸다. 그래서 짧은 시인 ‘가집'과 산문시인 '여항집' 두 권을 더 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정의 정원'으로 살아있는 비평의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은 서영채 평론가는 "바깥출입 없이 책에 파묻혀 지내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마치 깊은 물 속에 잠수하고 있는데 높은 곳으로 올라오라는 신호를 받은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종합 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은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단 희곡과 평론은 격년제로, 번역은 영어·불어·스페인어 등 주요 언어 번역작을 번갈아가며 심사한다. 올해는 평론과 스페인어 번역이 수상 대상이 됐다.

시상식은 이달 2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