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에 위치한 공사현장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원지동·신원동 전답 부지 기준 현재 시세가 3.3㎡(평)당 300만~400만원, 비싸면 700만~800만원 해요. 건물이 올라가 있는 땅은 평당 3000만~4000만원 정도입니다.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에 전보다 평당 50만~100만원 정도 오른 상황입니다.”(신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5일 오후 찾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신원동·내곡동이 속한 서리풀 일대는 대로변에 접한 토지 곳곳에 비닐하우스와 펜스가 둘러쳐진 빈 땅들이 있었다. 이곳은 서초구에 얼마 남지 않은 미개발지로, 근처에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있는 ‘강남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시와 시골 풍경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발표에 따라 몇 년 후면 이곳은 신축 아파트 단지로 변모한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8.8 주택공급 대책’ 후속조치로 서울과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에 있는 그린벨트 지역 4곳에 5만가구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정했다고 밝혔다. 약 221만㎡ 규모의 서리풀 지구에는 2만가구가 들어선다. 이 중 1만1000호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된다.
이런 소식에 현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새삼스럽지는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입지가 뛰어나다보니 그동안 개발 관련 소문이 잇따랐고, 올여름부터 그린벨트 토지나 근처 단지 매입 문의도 부쩍 늘어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는 전언이다.
서초구 원지동에 청계산로 일대에 많은 비닐하우스 농가. [정주원 기자]
신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내곡동 공공주택지구를 포함한 원지동·신원동 일대는 개인 소유가 아닌 나대지가 많아 지목 변경과 개발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기도 일반 대지보다는 수월한 편”이라며 “전답이 토허제로 묶여있고 농지법 8조 등 제약 조건이 많지만, 개발된다는 소문이 여름부터 돌기 시작하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매입 비율이 늘며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개발이 제한돼 놀던 땅에 주거지 뿐 아니라 인프라가 함께 생기기 때문에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달 들어 그린벨트 해제에 관해 묻는 문의 전화도 늘었고 이미 소문을 듣고 미리 6·7월부터 포레스타에 입주한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소식에 토지 소유주뿐 아니라 인근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헌릉로 대로변 건너편에는 과거 장기전세아파트로 공급된 ‘서초포레스타’, ‘서초더샵포레’ 등 단지가 있다. 내곡동 ‘서초 포레스타 7단지’에 실거주 중인 60대 김모씨는 “강남 접근성이 좋고 한적해 노후생활을 즐기고 싶어 작년에 이사를 왔다”며 “신규택지로 선정돼 공공주택이 더 들어오면 인구 유입이 늘어서 동네가 좀 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주택 물량이 많은 만큼 민간 단지 대비 기반시설 수준이 뒤쳐질 수 있단 우려, 주택 공급에 따른 획기적인 교통 개선이 필요하단 견해도 나온다. ‘서초 포레스타 6단지’에 거주하는 40대 박모씨는 “이곳에 들어올 신규 주택은 공공주택 형태일텐데, (공공주택은) 아파트 조경이나 부대시설 관리 등이 좀 아쉽다”며 “역세권이지만 동네 안에서 교통이 불편해 역으로까지 가는 버스 노선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서리풀지구는 이미 비닐하우스 등으로 사실상 그린벨트가 훼손됐으며, 이미 우수한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점 등을 고려해 신규택지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서리풀지구 내 철도역 추가신설 검토, 대중교통 환승체계 구축 등으로 교통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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