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강원 춘천경찰서에서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가 조사를 위해 강원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현역 군장교에 대해 프로파일러가 특수 부대 출신의 엘리트 장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지난 5일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피의자가 소속된)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가 정보사 쪽에 관련돼 있을 수도 있고 화천 쪽에도 오래 근무했다고 하면 보통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아, 그런 쪽(특수부대)이겠다’하는 게 있다. 특수훈련을 받은 엘리트 장교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획범죄 가능성이 크다"며 “(피의자 진술은) 본인의 형량을 줄이거나 수사 방해를 위해 한 말이다. 실제 동기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신의 훼손 정도를 봤을 때도 훼손의 정도가 굉장히 심하다. 애초에 (범행을) 계획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근무하는 부대의 주차장,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는 곳에서 대단히 신속하고 빠르게 살인한 후에 유기를 결정했다는 것은 이 사람의 심리가 대단히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아무리 ‘살인 기술자’라 하더라도 사람이 시선이 있는 곳에서는 쉽게 살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그러면서 A씨가 우발적인 범행을 계속 주장하는 데 대해 “우발적 살인은 (형량이) 10년 조금 넘는데 계획적 살인은 거의 두 배”라며 “형량을 10년 안쪽으로 받으려고 범인이 계속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현직 육군 소령인 A(38)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과천시 한 군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 안에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계약직 군무원 B(33)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했다.
A씨는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어 유기하고, 범행 후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 측에 “휴가 처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또 B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 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특히 그는 검거 당일인 3일까지도 B씨의 휴대전화로 B씨의 가족과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1인 2역'을 이어갔다. 28일 이후에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고 정상적으로 출퇴근하며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시신 중 일부가 물에 떠오르면서 A씨 범행이 드러났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가스가 차고 물까지 새어 들어갈 경우 화학반응과 삼투압 현상이 생겨 시신이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A씨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지난 5일 춘천지법 박성민 영장 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는 한편,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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