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쪽으로 기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추가 금리 인하 속도도 제한할 수 있다.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은 기본적으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장 시장 흐름이 이를 반영했다. 원·달러 환율은 폭등해 14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도 급락했다. 강달러에 의한 환율 급등은 전 세계가 같이 받는 고통이지만, 그 정도는 다르다. 환율 변동의 민감도가 큰 우리나라가 넘어야 하는 파고는 더 높을 수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렸고, 지정학적 위기도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14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될 수 있단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전날 대비 달러당 17.6원 오른 1396.2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4.6원 내린 1374.0원에서 출발했으나, 바로 방향을 바꿨다. 장중 한때 전날보다 21.1원 오른 1399.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대를 넘지는 못했지만, 매우 가파른 움직임을 보였다. 시장에선 당국이 1400원대 방어를 위한 달러 매도 실개입을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오후 2시 10분 기준 전날 종가(한국 시간 오후 3시 30분)보다 1.21% 오른 104.66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105선을 넘기도 했다. 엔화도 약세를 나타냈다. 전날 종가가 151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154엔대까지 올랐다.
환율 폭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기인했다. 경합주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우위를 점하자 시장이 ‘트럼프 트레이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논리 구조는 기본적으로 관세 인상에서 시작한다. 관세가 확대되면 미국 내 상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촉발되고,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조정될 것이란 가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 국채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국제 정세도 강달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당분간 환율은 하향 안정을 바라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일부 되돌림이 있을 수는 있으나, ‘트럼프 효과’는 계속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 1기 때 그 파고를 세계가 맛봤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
문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그 고통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단 점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원화의 매력이 감소할 개연성이 커졌다. 이미 3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은 ‘쇼크’ 수준이었다. 2분기 0.2% 역성장을 했는데, 3분기엔 고작 0.1%에 그쳤다. 한국은행 예상 경로를 만족하려면 0.5%는 돼야 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상황이 더 안 좋다. 이번 성장률 쇼크는 수출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우리나라 성장엔진인 무역수지에서 파열음이 나타났다. 3분기 순수출은 우리나라 성장률을 오히려 0.8%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안보 리스크도 원화 약세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합류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고,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또 작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의 경우엔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두하면서 추가적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절하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9월 1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원화 가치는 4.3% 떨어졌다. 이보다 많은 절하를 겪은 나라는 엔화(-7.6%) 정도다.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3.8%)도 우리나라 보다 절하 폭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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