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해외 기업이나 외국 정부 등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낸 국제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국제법무지원과’의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법률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송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전문위원’의 경우,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최근 잇따르는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각종 소송 대응을 위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헤럴드경제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의 국제법무지원과 정원 총 8명 중 전문위원 수는 0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제법무지원과는 과장을 맡은 부장검사 1명과 검사 1명, 5급 사무관 4명만으로 국제소송을 대응 중이다. 실무자 중 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는 검사 1명으로, 각 소송에서 국제법무지원과장이 검사와 함께 소송을 직접 맡는 등 인력난을 겪는 실정이다.
국제법무지원과는 지난해 8월 실질적인 국제소송 대응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됐다. 그동안 개별 부처에 흩어져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과 관련된 각종 국제소송을 돕고, 국내·외 법원에서 이를 직접 수행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외국법제 분석과 해외증거 수집, 증인신문 등도 주 업무다. 이 밖에도 ▷국제투자분쟁(ISDS) 예방(공기업 ISDS 포함) ▷부처별 법률자문 및 해외 규제 대응 ▷해외 진출 기업 법률 자문 ▷청년 법조인 해외 진출 ▷자유무역협정(FTA)과 투자보장협정(BIT) 협상 등도 맡고 있다.
이러한 국제법무지원과가 현재 국내·외 법원에서 직접 수행 중인 사건만 약 15건으로, 연간 지원요청만 평균 약 7~8건이 추가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지원 및 자문 중인 사건의 소가 총액은 약 3조 2370억원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美 넷플릭스·구글 등의 조세 회피 사건에서 다투는 미납세액은 총 5036억원 규모다. 美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개인 정보 무단 수집 사건 소가는 총 1082억원에 이른다. 美 애플의 국내 개발자 인앱결제 등 결제 수단 부당 강제 사건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처분 전으로 아직 과징금 총액이 최종 산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최대 680억원의 과징금이 예고됐다. 英 블렌하임·美 록히드마틴이 한국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낸 소가 6900억원 상당의 F35 전투기 구입 관련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지난 6월 미국 연방법원에서 대한민국 전부 승소로 종결되기도 했다.
또한 ▷獨 폭스바겐·메르세데스 벤츠의 디젤게이트 관련 손해배상 사건 ▷獨 티센크루프 ‘장보고’ 잠수함 공급 계약 관련 손해배상 사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한 한국전력 에너지 사업 방해 관련 손해배상 사건 등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주요 사건들에 필요한 국제법무지원과의 전문위원 수가 전무하단 것이다. 전문위원은 국제법 박사 학위·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등 글로벌 소송전을 책임질 역량이 있는 국제적 식견을 갖춘 법조경력자들을 주로 채용한다. 법무부는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투자분쟁과의 전문위원 수(2명)만큼 국제법무지원과에 배정하기 위해선 약 1억45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책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송 대응에 필수적인 전문위원이 없어 실효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극적인 소송 대응과 정부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사건을 담당할 전문위원 증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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