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대미정책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은 역대 미 대선 때마다 내부적으로 결과를 알리면서 나름 고심하는 행태를 보였다. 2019년 2월 당시 북미정상회담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노동신문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대미정책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은 역대 미 대선 때마다 내부적으로 결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나름 고심하는 행태를 보였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7일 오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2000년 대선 때는 11월 7일 대선이 치러지고 열흘가량 지난 18일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대선 결과 논쟁으로 대선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17일에야 부시 대통령의 당선 확정 소식을 전했다.
미 연방 대법원이 논란이 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개표 결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 닷새가 지난 시점이었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04년 대선 때는 엿새가 지난 11월 9일 부시 대통령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채 당시 한나라당의 미 대표단 파견을 비난하면서 ‘재선된 미국 대통령’이라는 표현으로 우회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1기 때인 2008년에는 대선이 치러지고 사흘 만인 11월 7일 조선중앙방송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경쟁 상대였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알렸고, 이튿날 노동신문을 통해 당선 사실을 전했다.
대북 강경책을 고수했던 공화당 대신 민주당이 승리한 데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2기 때인 2012년에는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가 나흘 만에 별다른 논평 없이 재선 사실을 전하는 데 그쳤다.
오바마 1기 행정부가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경제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의도적으로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는 등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치자 기대감을 지웠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를 맡았을 때는 대선 결과가 나오고 이튿날인 11월 10일 노동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새 행정부’라고 지칭하는 식으로 소식을 전했다.
노동신문은 11월 19일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낸 것을 ‘친미사대’, ‘대미굴종’이라고 비난하는 형태로 간접 보도하기도 했다.
200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소식을 알리기까지는 석달 가량이나 걸렸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미 대선이 치러지고 이듬해인 2021년 1월 23일에야 “미 의회는 이날 끝내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선포하지 못하고 다음날이 돼서야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확정지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1월 20일 취임한 상태로 이전까지 최대 한 달 내 관영매체를 통해 미 대선 결과를 알려왔던 데서 달라진데다 그나마 남측 언론을 인용한 형식이었다.
이를 두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친서를 주고받는 등 ‘브로맨스’를 이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내심 기대하고, 이전과 다른 대북정책을 예고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부담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고려해 직접 재선 축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