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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제60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우리나라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진 대(對)미 무역 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대거 수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 당시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천연가스 수입 비율이 전체의 1%미만에서 13%대로 급증한 바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직전인 2016년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245만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0.23%에 불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1343만배럴(1.20%)로 전체의 1%대로 올라섰으며 2018년에는 6094만배럴(5.46%), 2019년에는 1억3789만4000배럴(12.9%)로 각각 급증했다.
당시 미국산 원유 수입이 급증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우리나라에 에너지 안보를 개선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에 원유 구매처를 다변화할 것을 촉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020년과 2021년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각각 1억440만9000배럴, 1억1866만8000배럴로 감소했지만 2022년에는 1억3641만4000배럴로 반등한 후 지난해 1억4237만9000배럴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1~9월 총 1억3151만9000 배럴 미국산 원유를 수입,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한국의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1%, 17%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특히 미국으로부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도 트럼프 1기 행정부시절 급증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6~2017년만 해도 소규모 스팟물량 외에는 미국산 LNG도입이 없었으나 트럼프 정부 1기 당시인 2019년 10월 256만톤을 들여왔다. 가스공사는 향후 20년간 매년 280만톤씩 미국 사빈패스 LNG를 도입한다.
또 가스공사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BP와 2025년부터 15년간 연 158만톤의 LNG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미국산 LNG 도입량은 연간 438만톤으로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총 소비량의 14~15%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4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수개월 전부터 미국 대선 이후의 상황에 대비해왔다면서 트럼프가 승리해 무역상대국들에 압력을 넣을 경우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고 이후에도 무역 불균형이 지속되면 미국 정부는 무역상대국들에 수지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한국 정부는 기업들에 미국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늘리도록 촉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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