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 뉴욕 중심가 플랫아이언 플라자에서 진행한 삼양식품의 ‘소스 익스체인지’ 캠페인.[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따른 시장환경 변동 가능성에 국내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K-푸드·뷰티 업체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는 ‘환율’과 ‘관세 정책’이다. 먼저 달러 강세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식품업체의 우려가 커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의 수익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0% 오를 경우 세후 이익이 약 198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상 역시 같은 기간 환율 5% 상승 시 세전 이익 감소액이 91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보편관세’도 관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중국은 ‘60%’, 나머지 국가에는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소비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보호관세는 한국과 같은 FTA 체결국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수출에 주력하는 식품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 미국 현지에 공장이 있는 업체와 달리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삼양식품과 오뚜기 등은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놓일 수 있다. 현지 공장이 없는 한 식품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시장에서 최근 급성장한 K-뷰티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화장품의 미국 수출 금액은 14억3000만 달러(약 2조원)로, 중국(약 2조7272억원)어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관세로 인해 가격이 올라간다면 경쟁력 상실은 불가피하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산업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화는 예상되지 않지만, 장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계속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식품·화장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 상품의 원가 상승 압박에 더해 유통 채널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특히 재정 확대 정책에 따라 인플레 상승과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어 내수 시장과 소비 심리 회복 속도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풀러턴 CJ푸드 FMC 사업장. [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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